톨스토이 할아버지는 이 책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 육체를 살찌우기보다는 내면을 살찌우라고 말한다. 오히려 육체는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먹으라고 말한다. 더 맛난 것 나은 것을 먹기 위해 그만큼 더 일을 해야 하고, 그러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결국 '똥'으로 돌아갈 것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인다는 것. 너무 염세주의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 하나 없단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는 우선 우리가 '일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아깝고, 그렇게 해서 겨우 벌어들인 돈으로 '쓸데 없는 것에 지출하는 것'이 또 아까워서 하는 말이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스님들이 탁발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하루 종일 벽을 보고 묵언수행을 하면 '먹는 일'은 사치에 가깝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맛난 것을 찾아 먹을 것이며, 그것을 먹겠다고 언제 일하고 언제 돈을 벌 것인가. 이것 저것 하다 보면 '참선'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해서, 하루 종일 수행을 하다가 '죽지 않기 위해서' 중생들이 먹다가 남은 것, 어쩌면 버릴 수도 있는 것을 빌어먹는 것이 바로 '탁발'이다.
그나마 탁발한 것을 제 그릇에 담아 먹고 따로 모아 설겆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먹은 것을 그대로 씻어서 또 먹어버림으로 시간과 물낭비를 줄이니 이를 '발우공양'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사는 내내 '뭣이 중헌디?' 물으면서 시간과 돈와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 삶을 살라고 톨스토이 할아버지는 말하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남을 평하기 않는다면, 그런 삶을 개인 혼자가 아니라 사회 모두가 그렇게 살게 된다면 그 자체로 천국과 다름 없다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은 '수신제가' 즉, 당장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힘쓰는 삶을 강조하기도 한다.
기차를 좋아해서 스스로 '철덕(철도덕후)'이라 부르는 아이를 위해 오늘 오전 벡스코에서 열리는 철도산업박람회를 다녀왔다. 내가 보기에 바나나처럼 길기만 한 기차가 이놈이 저놈 같고 저놈이 이놈 같아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데, 아들과 그 친구들은 뭐가 그리 신기한지 수백평 전시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사진을 찍었더랬다. 그러는 사이 아이 몰래 관련 기념품을 받아주겠다고 한 시간을 줄을 서 있는 내가(나는 줄 서기를 정말 싫어한다) 한심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걸 받아쥐고 엄청 좋아하는 녀석의 표정을 보니, 피로가 싹 다 가셨다. 그 모습을 보자고 토요일 반나절을 날린 셈이다. 햄버거로 한 끼를 떼우고, 잠시 쉬다가 잠들었다가 일어나 '중개사 공부'에 앞서 몇 자를 적는다. '세라비 C'est la vie', 이런 게 인생 아니겠나.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