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의 임금이 막 들여온 전기를 켜고 가베(커피)를 마시며 밖을 내다 보니 언더우드 목사가 백묵으로 직사각의 줄을 그려놓고 한 가운데 그물을 쳐 놓은 뒤 자신의 학생과 함께 끝이 둥그런 막대기로 공을 쳐넘기고 있었다. 한 명이 공을 쳐 넘기면 행여 두 번 땅에 튈까봐 재빨리 달려가 쳐 넘기고 나면 반대편도 마찬가지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공을 받아치고 있었다. 이를 본 임금이 옆에 있는 신하에게 물었다.
"저것들이 뭣들 하는 짓인가?"
이에 신하가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예, 전하. 저들은 테니스라는 걸 하고 있습니다요."
뙤약볕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는 두 사람을 한참 바라보던 임금은 안타까운 듯혀를 차며 말했다.
'사고하는 방식에 따라 우리는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이야기한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우스개소리였다. 임금이 실제로 그런 소리를 했던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은 자신의 지적 능력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걸 잘 말해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달팽이처럼 낡은 생각과 관점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인생을 살만큼 산 사람들이 더 그런 경향성을 띤다. 인간이란 존재가 태생적으로 게으른 동물인데다, 옛날 방식으로 오늘을 살아도 예나 지금이나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생각이 '화석화'되다 보니 종종 '꼰대'소리를 듣는다. 초등 6학년 아이가 볼 때는 나 역시 '꼰대'로 보이진 않을지 두려워진다.
싫으나 좋으나 죽을 둥 살둥 하며 책을 읽어 생각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컨템퍼러리적 의식 즉, 동시대적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다.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맞춰서 살아야 '꼰대' 취급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힙한 옷을 입고, 핫한 화장을 하고 최신형 휴대폰을 들고 맛집투어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살아야 동시대적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이다.
낡은 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갖는데는 독서만한 것이 없다. 시대적 문제점을 다양한 관점으로 재조명하고 집대성한 것이 책이 아니던가. 인간은 원래 '책을 읽는 동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자가 생기고 글을 통해 교통하면서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적 공간이 생겼고, 구텐베르그에 의한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책이 더 이상 권력자들만 누리던 계급의 상징이 아닌 대중의 것이 되면서 인간은 더욱 현명해졌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핑계로 더더욱 책을 읽지 않고 있다. 독서를 그저 지식과 정보의 습득물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때문이다. 이 역시 '낡은 생각과 관점'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뇌과학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뇌를 가장 활발하게 만드는 도구가 '독서'라고 말한다.
문자를 읽음으로 개념으로 파악하고, 영상으로 떠올려 정보와 지식으로 이해하고 나중에는 기억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뇌의 모든 영역이 동시에 활동하지 않으면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뇌를 활성화시켜 머리가 좋아지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어떨까? 참고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1년 동안 단 한 권도 읽지 않고,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에 6명이나 된다. 어쩌면 우리 역시 오늘을 살면서 테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한말의 임금처럼 생각하지 않은 지 고민해야 한다. 그걸 거부하고 싶다면, 친구여! 제발이지 책 좀 읽자!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