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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초등 고학년이라면, 어른 책을 도전해도 된다

by 리치보이 richboy


책에 관해서는 자녀를 아이 취급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을 위한 현대 책들은 다소 끔찍하다. 특히 대중적으로 볼 때 더 그렇다." - 조지 오웰



열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고전 책들을 원서로 읽기 위해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웠다. 이솝 우화를 떠올려보자. 부모가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생각해 보자. 이것은 무거운 내용이다. 그리고 부모는 의도적으로 이런 책을 읽어주었다. 옛 교과서를 읽는다는 것은 고대 세계의 모호하지만 예증이 되는 인물에 익숙해지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고 도덕적으로 복잡한 주제와 씨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서점의 아동 및 청소년 코너에는 유아적인 도피성 이야기, 환상적인 멜로드라마, 터무니없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등이 넘친다. 많은 어른들이 이런 현상을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한다. 그들의 게으름과 변덕스러운 취향 때문에 이런 책들이 넘쳐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은 정말 우리 아이들이 오웰의 시대에 살던 아이들보다 멍청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 이전보다? 물론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아이들일 뿐이다. 우리가 문제다. 부모들, 어른들, 교육자들, 출판인들. 우린느 아이들이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독서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신에 이상한 그림이 있는 "어린이용 책"을 준다. 그러면 아이들이 왜 무거운 내용을 감당하지 못하는지 궁금해 한다.


이제 그런 행동을 멈추자. 아이들을 밀어붙이고 우리 자신을 밀어붙이자. 그들은 아기가 아니다. 적어도 스스로 읽는 법을 배운 뒤에는 그래선 안 된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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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방학부터 내 아이에게 '삼국지'를 권할 생각이다. 단행본을 넘어 '전집'에 도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다(또한 부가적으로 삼국지는 한자와 사자성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라이언의 말대로 아이들의 독서능력은 서서히 자라다가 순간 퀀텀 점프를 한다. 다시 말해 해가 갈수록 계단식으로 발전하다가 어느 순간 두 세 계단을 훌쩍 뛰어넘는 듯한 비약적인 발전 양상을 보인다. 내 아이의 독서활동을 6년 동안 지켜본 나로서도 확인할 수 있던 부분이었다.


지난 주말, 자신이 읽을 책을 나와 함께 고를 때 였다. 연 3 주 동안 <노인과 바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등 고전소설을 읽었던 터라. 초등생을 위한 책 한 권을 권하자, "이런 책은 읽을 때는 편하고 좋은데, 다 읽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내용이 가벼운 책과 무거운 책이 어떻게 다른지를 스스로 느끼고 있다는 증거였다.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대견스럽다고 느꼈다. 이렇듯 매주 아이의 독서활동을 지켜본 나도 아이의 독서능력을 캐치하지 못했는데, 그렇지 못한 부모는 어떻겠나?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부모는 걱정하지만, 아이의 독서능력이 얼마인지 부모는 잘 모른다. 그리고 책을 꾸준히 읽는 학생이라면 초등 고학년 정도가 되면 어른이 읽는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신문이나 뉴스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학생이라면 더욱 더 그럴 경향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라이언의 말대로 '십대를 위한 ~' 과 같은 책이 없던 시대에는 아이들이 어른 책을 읽으며 견문을 넓혔다. 번역이 채 되지 않은 책은 원서를 읽으며 그 나라 말도 배우며 읽을 정도 였다. 이것은 나이를 떠나 인간의 뇌와 능력이 개발하고 발굴하기만 하면, 그리고 갈고 닦기만 하면 무궁무진함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초등 4학년 2학기 부터 매일 헤드라인일망정 신문을 읽기 시작한 내 아이는 지금도 아침을 먹으며 신문을 들춰보고 있다. 무엇을 얼마나 읽는지 직접 체크 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에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아이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책을 읽는 아이는 읽으면 읽을수록 똑똑해지고, 책을 읽지 않는 아이는 아예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격차는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나중에는 학원을 가고, 과외를 받아도 커버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벌어진다. 요즘 학원가에 떠도는 '국어는 집을 팔아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라이언의 말대로 책을 읽는 아이는 어린 나이에도 어른 책을 읽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의 수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 때에도 '사피엔스'를 읽고, '총균쇠' 등을 읽어내며 자신이 읽은 바를 이야기할 정도가 된다. 이런 아이가 있는가 하면, 고등학생이 되어도 책을 읽지 못해서 남이 정리해 둔 10분 짜리 요약글이나 영상으로 익히는 아이도 있다. 이 격차를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만약 친구 자네가 대학 입학을 담당하는 교수이고, 신입사원을 뽑은 임원이라면, 이들을 구별할 수 없을까? 만약 이들을 입학시키고 채용한다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 - richboy



KakaoTalk_20240729_172340754_20 (1).jpg 스페인의 어느 성당을 개조한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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