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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지치면, 큰일 난다

by 리치보이 richboy


유한 게임 VS 무한 게임



이 세상에는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이라는 두 가지 유형의 게임이 있다. 유한 게임은 한 번 하면 끝이 나는 게임이다. 무한 게임은 인생과 비슷하며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고 계속 지속된다. 전자는 제로섬이고, 후자는 그렇지 않다.


소피파이의 설립자 토비아스 뤼트케는 무한 게임 같은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다. 또한 그의 자녀들에게도 엇갈린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무한 게임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배움에 대한 사랑, 평생 추구해야 하는 목표, 각자 할 수 있는 선에서 최고로 성장하는 것을 이야기해 놓고, 속으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유한 게임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갖는다.


익숙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우리는 자녀의 성적을 다른 아이들의 성적과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다른 부모들과 자녀가 몇 학년 수준의 읽기와 수학을 배우고 있는지, 전국 등수는 몇 등인지 등을 공유한다. 마치 시험 점수가 왕국으로 들어가는 열쇠인 것처럼 점수에 집착한다. 대학에 다니는 자녀에게는 전공이 맞는지, 자녀가 선택한 전공으로 고소득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물어보며 괴롭힌다.


당신은 자녀가 인생을 제로섬 게임 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무한 게임을 가르쳐 주자. 당신이 무한 게임의 플레이어로 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배울 수 있게 하라.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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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의 오늘 말은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이의 성적은 부모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당연한 말인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게 여기고 있다. 아이가 성적이 나쁘면 부모는 자신이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더 나은 성적이 나올 수 있게 학원을 늘리고 더 실력 있는 선생에게 과외를 받는다. 그런 다음 다행스럽게 아이의 성적이 잘 나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일이 난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문제다. 학원과 과외를 늘린 후 아이 성적이 좋아지면 과연 아이가 공부를 잘한 것일까, 아니면 더 실력있고 비싼 학원과 과외 덕분일까. 이렇게 외주에 치중하다 보면 '내 아이의 공부실력'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아이 성적이 높아지면 '돈 많이 쓴 덕분'이고 아이 성적이 낮아지면 '더 좋은 학원을 가지 못한 때문'이 된다. 궁극적으로 아이의 성적에 '아이'는 사라지게 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생각도 자란다. 공부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다. 초등 저학년 때에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한다. 그래야 잘 한다고 칭찬을 받으니까. 하지만 초등 중학년 이상이 되면서 점점 더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생겨서다. 아이는 학원을 평하기 시작하고, 선생님을 탓한다.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하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더 자고 싶다고 말하고, 더 쉬고 싶다고 말한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갈등은 이 때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녀의 공부는 잘 지켜볼 일이다. 그래서 아이의 수준에 맞을 만큼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아이의 뇌가 자란다. 뇌 주름도 점점 늘어나서 사고력도 점점 향상되고 이해력도 커지고 암기도 잘 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에 맞게 적당히 공부를 시켜야 한다. 초등 1학년에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30분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나머지 시간은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운동도 하고, 다양한 곳을 다니고, 책도 읽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이 많도록 유도해야 한다. 초등 2학년은 1시간, 3학년은 1시간 30분...하다 보면 초등 6학년이 되면 3시간 정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가 되면 200 페이지 책을 혼자서 읽을 정도, 국어 문제집 한 단원을 끝까지 풀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것이 라이언이 말하는 무한 게임을 하게 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내 아이가 초등 1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엄연한 현실이다. 달리기로 말하면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42. 195 킬로를 달려야 하는 장거리 마라톤이란 뜻이다. 이 점을 파악하고 나면 아이 공부에 한결 부담이 준다. 아울러 아이가 끝까지 꾸준함을 놓치지 않고 달리게 하려면 어떤 보폭과 호흡으로 달리기 해야 할지 어떤 훈련을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부모가 미리 지치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제풀에 지쳐서 아이의 학업을 포기하는 바람에 자녀가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의 공부를 염려할 때 마다 지금 유한 게임이 아니라, 무한 게임 중이란 걸 기억하자.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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