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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자유를 만끽할 자격이 있다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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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경험하는 '평화로움'의 요즘이다.


인식하지 못할 것 같은데, 가깝게는 한 달 전, 멀게는 7개월 전을 생각하면 어떤 기분인지 그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어른이라면 '자율적인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 어른이 되어서 누군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 움직여야 한다면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더구나 내게 그럴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인 '부모'가 이 세상에 없고 나면 더욱 그렇다.


직장 초년생일 때는 잘 모르는데, 매너리즘에 빠질 때 정도가 되면 직장 상사가 내게 뭔가를 시키는 게 그렇게 듣기 싫을 때가 있다. 이 때 사람들은 '내가 직장을 그만둘 때가 되었나' 생각하는데, 바로 '자율적인 통제권'을 확보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다. 진정한 자유는 '하기 싫은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자유'라고. 이토록 소중한 '자유' 인데, 반 년 전 일어난 '비상계엄' 때 나는 이것을 잃을까 정말 두려웠다.


비록 초등 아니, 국민학교 시절 이었지만 고학년때 였던 나는 네 거리 골목 마다 헬멧에 군복차림에 총기를 어깨에 두르고 시민들을 불심검문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옆집에 아빠와 친한 형님 댁에는 예쁜 대학생 누나가 있었는데, 학교를 오고 갈 때 마다 수십 번씩 검문을 받는다며 울고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도 난다. '젊은 군인녀석들이 희롱을 한다'며 술에 취해 노발대발하던 누나의 아빠 모습도 기억난다. 어디 그 뿐인가. 야간통행금지는 기본이고, 가끔 훈련을 한다는 미명 아래 9~10시면 불을 꺼야 하는 '등화관제'도 했었다. 창밖으로 불이 새어 나오면 '불을 끄라'며 총기 같은 것으로 창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 때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유롭지 않다'는 비참하고 공포스러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시간 속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치욕스럽고 비참한 삶인지 알지 못한다. 죄를 지은 범죄자를 구속시켜 감방에 넣는 것은 집이 아닌 '좁은 감방'에서 불편한 생활을 하면서 참회를 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죄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생 중에 일정시간을 박탈함으로써 '죽은 존재'로 만드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런 덕분일까. 이번 여름은 더욱 여름답게 느껴진다. 비도 반갑고 따가운 햇살도 좋다. 누군가는 '공기도 이전과 다르게 상쾌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던데,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만끽하며 느낄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쉽게 피할 수 있는 자유. 그런 자유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은 없던 잠도 생기게 한다. 편안하게 잘 수 있어서 좋고 푹 잘 수 있어서 개운하다. 6월을 보내는 마지막 날의 개인적 소감이었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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