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역사상 최악의 육아 중 하나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 봤다. 서기 49년에 그는 유배지에서 소환되어 네로(로마를 불태운 그 폭군!)라는 열두 살짜리 소년의 가정교사가 되었다. 고대 역사학자인 디오 카시우스에 따르면, 그 소년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 황후는 당시 제국 전체를 손아귀에 쥐고 있었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아들이 어떤 힘든 일도 겪지 않게 만들었다. 그년느 우리가 오늘날 '제설기 부모'라고 부르는 부모였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애물을 먼저 치워준 아그리피나는 역사상 최악의 인간 중 한 명을 만들어냈다.
세네카가 역경과 싸우고 극복하는 것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좋은 부모"의 임무는 "자녀에 대한 사랑으로 끝없이 시련을 만들어어내는 훈련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 삶을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라틴어에는 "Luctor et emergo"라는 멋진 표현이 있다. 이것은 '나는 노력하고 있고 발전한다" 혹은 "나는 해결하려 애쓰며 극복한다"라는 의미다. 세네카는 "신들은 우리가 가능한 한 선하고 고결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힘든 일을 헤쳐나갈 운명을 부여한다"라고 썼다. 또한 그는 "고난 없이는 아무도 당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모르며, 심지어 자기조차도 알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제설기 부모나 헬리콥터 부모가 되지 않는 것은 힘들다. 우리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만 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기는 커녕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이 위험과 고난을 헤쳐나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매일 이 말을 마음에 되새기자. 아이의 삶은 쉬운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어야 한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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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서지는 아이들>이라는 책이 화제다. 불안정하고 무기력하고 자기만 아는 아이들이 갑자기 많아진 것을 꼬집은 내용의 책인데, 미국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화제다. 이른바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양육'을 통해 '다정한 부모'가 되는 것이 한동안 유행했는데, 이 유행의 부작용이 낳은 현상이라고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권위주의적인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이 자라나 부모가 된 뒤, '나는 그런 부모되기를 거부한다'며 이른바 '다정한 부모'를 선택했고, 이 방법이 잘 통하지 않자 이른바 전문가를 찾게 되면서 양육 주도권이 부모에게서 전문가에게로 '외주화'된 세태를 파헤치고 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 하나가 있다. 우리가 '멍청이'를 낳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아이는 아직 '미성숙한 어른'이라고 보는 편이 오늘날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훨씬 나을 것이다. 어린 아이는 '길들여지지 않은 금쪽이'가 결코 아니다.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아서 제 몸에 달린 근육들을 제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할 뿐이고, 아직 뇌에 주름이 충분하지 않아서 더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아이를 '완전한 인격체'로 두고 대하는 바람에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양' 착각하게 만들어서 결국 '금쪽이'가 되어버렸다. 부모가 온전히 컨트롤하지 못하자 이른바 전문가에게 아이의 처리(?)를 부탁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부모의 단호한 훈육 대신 전문가를 대동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뭐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 되었다.
그 어떤 부모가 제 아이가 예쁘지 않을 것이며, 사랑하지 않을까(돌아가신 울 아버지는 그러지 않은 것 같다마는...). 그렇기에 아이가 예쁘고 아이를 사랑할수록 아이가 고난을 헤쳐나가는 걸 경험하게 해야 한다. 단, 부모가 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힘들고 고통스러워 할 때 마다 어깨를 내어주고, 곁을 주어 '넌 혼자가 아니다'라고 알려주고 '나는 언제나 너를 응원한단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줘야 한다. 그래서 정작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아이가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뒷심'을 갖게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뭔가 하고 싶다고 할 때 항상 이런 마음으로 오케이를 한다. '그래, 내가 살아 있을 때 마음껏 실수하고 실패해라. 내가 일으켜줄게. 그래야 나중에 나 없을 때 넘어지지 않지!'
그 점에서 '아이의 삶은 쉬운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어야 한다'는 라이언의 말은 세상 모든 부모가 알아야 할 금언이 아닐까. 나는 이 말에 한마디 거들고 싶다. '그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부모여야 한다' 고.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