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 년 동안은 그 어느 때 보다 '죄와 벌'에 대해 많이 생각한 시기가 아닐까.
온 국민이 '헌법'에 관심을 갖고, 1심부터 3심까지의 과정은 어떤지, 검사와 판사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고 어떤 한계가 있는 지도 자연스레 배웠다. 무엇보다 권력자가 죄를 짓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지, 나아가 자신이 지은 죄를 덮기 시작하면 그 파장은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매일 지켜보는 시기였다. '벌거벗은 임금님'과 '당나귀귀를 가진 임금님'와 같은 동화를 눈 앞에서 목도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나날이었다.
지은 죄가 점점 커지고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한 번에 덮어버리는 비상계엄이라는 '한 방'을 시도했다가 무산되어 제 임기를 겨우 절반을 채우고 쫓겨나고 말았다. 그들의 계획에는 없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수법과 행태들을 누구보다 잘 알 법한 이들을 '특별검사'로 지정, 이제 죄인이 되어버린 자들의 만행이 하나 둘 씩 드러나고 있는데, 이를 보고 드는 내가 부끄러울 만큼 파렴치하다.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죄는 우리는 천인공노할 죄인을 처음에는 우연히 찾아든 손님이었다가 점자 단골이 되고 나중에는 집주인으로 맞았다. 그리고 그들은 집권한 것이 아니라 지배했고, 잠시가 아닌 영원한 지배를 꿈꿨다. 빙산의 일각만큼 밝혀진 범죄에도 놀라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그리고 더 큰 범죄들이 밝혀질까 먼저 두려울 정도다. 그들은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지 않은 때문인지 아직까지 '아닌 척'을 하고 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자들, 그들을 어떻게 벌을 해야 우리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을지 그것이, 우리의 숙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