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전까지 '오늘'이 싫었다. 아니, 끔찍했다.
매일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뉴스를 보는 것도 듣는 것도, 거기에 이런 뉴스들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도 듣기 싫었다. 가계와 장바구니는 점점 쪼들어가는 것을 보고 '내가 자연적으로 살이 빠지겠군' 하고 허탈한 안도를 하고, 상점가 골목은 하나 둘씩 불이 꺼지는 것을 보고 '이들은 또 어디에 자리를 펼까, 아님 다른 사람 밑에서 일을 할까?' 아쉬워 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현재'를 살고 있다. 아니, 오늘을 살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공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맑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싱그러움을 절감하며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어언 3 년간 나를 괴롭힌 '윤'은 더 이상 이 맑은 공기와 바람 그리고 햇살을 느끼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내가 네 것까지 느껴주마'하는 기분이 든다.
오늘이라는 현재는 예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나와 자네, 그리고 우리가 '싸워서 다시 되돌려받은' 그런 소중한 '오늘'이다.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미래의 삶은 믿을 수 없다. 삶은 오직 현재에만 있고, 현재만이 사라지지 않는다'. 비록 타들어갈 듯 무덥고 뜨거운 현재지만, 이 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자칫 잘못 됐더라면 똑같은 '오늘'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지옥'으로 되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맑은 하늘에 흐트러진 뿌연 최루탄 연기의 매쾌함을 지금도 기억한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도망치는 내 뒤로 당장이라도 내 목덜미를 잡을 듯 '저벅저벅' 큰발로 다가오는 전경의 군화발 소리도 기억한다. 함부로 목소리도 크게 내지르지 못하고, 심지어 눈치를 보며 욕을 해야 했던 '숨만 간당간당 쉬며 살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었던 그 옛날에도 하늘은 맑았고, 주말을 기대하는 금요일의 오늘이었다.
그 날을 살았던 난, 오늘의 현재가 새삼 고맙다.
오늘이야말로 우리가 속한 전부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