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술 대부분은 회복력이다." - 엘랭 드 보통
당연히 부모는 자녀가 강인하게 크길 바란다. 활동적이고 회복력이 뛰어나며 건강하고 유능하길 바란다. 극복하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으며 인생의 좋고 나쁜 일에 항상 대비할 수 있길 바란다.
하지만 단지 저절로 강인한 아이가 되길 바라선 안 된다. 당신이 강인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자녀드로가 긴 산책을 할 때 그들을 바위와 울창한 숲으로 데리고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지길 바랐다.
고대 로마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시민 중 한 명으로 성장한 스토아 철학자 소小 카토의 증조부인 대大 카토도 같은 방식으로 교육했다. 그는 아들 마크루스에게 "투창을 던지는 법, 갑옷을 입고 싸우는 법, 말 타는 법, 권투를 할 때 주먹을 사용하는 법, 극한의 추위와 더위를 견디는 법, 거칠고 빠르게 강을 수영해서 건너는 법"을 훈련시켰다.
부모는 자녀에게 도전 의식을 북돋고 그 도전을 해냈을 때 받는 보상을 가르침으로써 자녀를 강인하게 만든다. 그리고 함께 세게 견디면서 자녀를 강인하게 만든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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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초등학교를 보는 내 아이는 매 학기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봤다(친구들은 모르겠지만 '국민학교'를 다녔던 나 역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뤘다). 아이가 치르는 시험은 '아이가 학교에서 수업을 잘 들었나' 여부를 체크하는 기회라고 여겼는데, 수업을 잘 들었는지 성적이 형편없게 낮은 점수는 아니었다. 안타까운 것은 아이가 답을 알고 있는 문제를 자주 틀린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정답을 '모두' 찾아 쓰시오" 라는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답을 달랑 '한 개'만 썼다는지, 제가 수학문제를 풀면서 쓴 식에서 숫자 '0'을 쓴다는 게 잘못 쓰는 바람에 '6' 자 비슷하게 쓴 뒤에 계산을 할 때 정말로 '6'자로 놓고 푸는 바람에 틀리거나 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나아졌지만, 여전히 한두 문제를 이런 식으로 틀리고는 안타까워 했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자주 실수를 한 때문인지 '난 100점은 힘들어' 라는 마음을 갖고 있더라는 것이다. 나중에는 시험에서 100점을 맞으면 '어, 이상하다. 한 두개 틀렸어야 했는데' 라며 이상해 할 만큼 문제푸는 것에 자신이 없어 했다. 그러면서 시험을 보기만 하면 '만점'을 받는 같은 반 아이를 마냥 부러워하며 시쳇말로 '넘사벽'으로 여기곤 했다. 부모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시험을 준비할 때 마다 '실수를 줄이는 법'을 함께 고민하며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기에 노력했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주 작은 쪽지시험을 보더라도 '만점을 받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신경을 썼다. 보통 이럴 때가 되면 다른 부모들은 '잘 가르치는 학원'을 찾는다. 그 방법이 가장 확실해서다. 부모가 노력한다고 해서 아이의 실력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고, 만약 이러느라 노력하다 실패하면 '시간낭비'를 하는 셈이 되서 부모로서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초등학교의 시험 때부터 그러는 건 '아니다'고 생각했다. 시험성적이 좋은 것도 중요하겠지만, 학원에 '외주'를 줘서 실력을 높이고 좋은 성적을 받는 대신 아이 스스로 제 공부법을 찾아서 시험을 준비하고 노력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서다.
무엇보다 지금의 내 아이에게는 학원에서 배워서 얻는 좋은 성적 보다 제 힘으로 노력해서 얻는 좋은 성적이 아이가 자신감을 갖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고, 이 선택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방법이 될 거라고 여겼다. 대신 아이 혼자서 공부하도록 하는 대신 '함께 공부한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이가 공부할 때 부모는 TV나 휴대폰을 보는 대신, 같은 장소 다른 곳에서 책을 읽거나 신문을 봤다. 아이가 문제를 풀면 대신 답을 체크해 주기도 하고, 아이가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해 해답을 찾는데 함께 노력했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아이에게 '노력하는 자를 이를 장사는 없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만점을 받는 아이는 그 점수를 받을 만큼 노력을 한 덕분이라고도 설명해 줬다. 얼마나 노력해야 100점을 받냐고 하길래 '120점을 받을 만큼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120점 맞을 만큼 노력하면 한두 문제를 틀려봐야 100점 위가 아니겠냐는 논리였다. '노력을 이길 장사는 없다'는 말은 틀림이 없다.
아이는 6학년이 된 뒤 처음 중간고사에서 만점을 받았다. 아이는 많이 기뻐 했지만, '문제가 쉬웠다'며 제 반에서 만점자가 두세 명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네가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이 최고'라고 칭찬해 줬다. 다른 학생들이 만점 받은 것이, 내 아이의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렇지 않은가.
'승자의 뇌'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좋은 성적을 이루게 되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고, 다음에 그 느낌을 또 다시 느끼기 위해 더욱 노력해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역시, 아이가 제 힘으로 노력해서 좋은 성적은 받은 경험은 놀라웠다. 기말고사 때가 되자 스스로 시험범위에 맞게 공부계획을 세웠고, 차분히 하루 하루 계획을 이뤄나갔다. 그리고 120점을 맞을 수 있을 만큼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기말고사를 치룬 날, 집에 돌아와 담담해 하더니 어제 다시 '만점'을 받았다고 좋아했다. 특히 이번 시험은 까다로워서 제 학년에서 만점자가 자기 혼자 였다면 정말 기뻐했다. 부모로서 반가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하나에서 열까지 제 힘으로 노력해서 이룬 결과물이라 부모로서도 기뻤다. '도전의식'을 이야기한 라이언의 글을 읽으면서 내 아이의 어제가 생각났다. 나는 더 이상 운전하지 않을 것이다! 제 인생을 살기 위한 운전대는 아이에게 맡기고, 부모는 그저 연료만 대줄 것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