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에서 자유로운 가족은 없다. 따라서 문제는 갈등이 생긴다는 사실이 아니라 갈등이 발생했을 대 어떻게 대처하는가, 의견의 불일치와 오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있다. 부르스 스프링스턴은 "투손 트레인Tucson Train"에서 노래한다.
하지만 더 잊히지 않는 것은 그가 그 아무것도 아닌 일로 얼마나 오래 끌어안고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우리 모두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린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로 화를 내곤 한다. 그리고선 화가 난다는 이유로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말들을 하고 만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우고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
우리는 노년에 식탁에 가족들로 북적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의 일시적인 유혹은 접어두고 나중에 가치 있는 보상을 얻기 위해 인내해야 한다. 지금은 약간의 절제가 필요하다. 문제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한다. 자녀와 배우자. 부모님에게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가족들의 사과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아이에게 형제, 자매나 다른 사람들과 화해하는 법을 보여주어야 한다.
말다툼이 우리 삶의 기쁨을 앗아가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망쳐버리기에 인생은 너무 짧고, 가족은 너무 소중하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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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여름방학, 열흘째다. 아직 한 달 남짓이나 남았다. 가뜩이나 더운데 이른바 돌밥(돌아서면 밥을 해대야 하는)하느라 하루를 보내는 기분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사다 주고 시켜주면서 게으름을 피울라치면 "너무 성의없는 거 아니야?" 라며 어김없이 퉁을 날리는 녀석이다.
녀석은 내가 수험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 하고 있다. 나는 틈만 나면 공부를 막 해대는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는가 보다. 아니면 열심히 해 봤자 올해도 떨어질거라 미리 예측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안타까움과 그로 인한 서운함 등이 들어 있을 때, 라이언이 말하는 '화가 난다는 이유로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말들'을 하게 된다. 여름방학 중인 열흘 사이, 나는 또 몇 번의 그런 말들을 했는지 모르겠다.
점점 사춘기가 되어가는 아이는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그 수준을 평하는 역질문을 해대는가 하면, 어이없다는 투의 대답들을 해서, 그야말로 나를 어이없게 만든다. 선배들의 조언과 방송들을 통해 미리 예습을 해둔 아내는 '참아야 하느니라' 내게 주문을 외듯 말해주지만 가장 사랑하는 자로부터 생긴 억하심정은 억누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것이 이 무더운 여름의 나를 더욱 덥게 만든다.
그런 요즘의 내게 이 글은 내가 '캄 다운Calm Down' 해야만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밝혀준다. 오히려 내가 화를 내는 건 '바보같은 짓'이란 걸 깨닫게 한다. 내 아이가 절대로 알지 못할 내 상황과 처지, 그리고 감정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어찌나 '멍청한 생각'인지, 이 글을 통해 새삼 깨닫게 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불쾌지수 높은 요즘 아이를 상전으로 모시고(?) 살면서 실실대고 살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찾은 해답은 차라리 '묵언수행'을 하자는 거다. 아이의 어처구니 없는 대답에 내가 대꾸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다. 그러면 내가 일을 더 키울 일도 없고, 그래서 집안 분위기가 '갑분싸' 해 질 일도 없겠다. 나아가 아이는 나의 침묵에 '앗, 내가 뭔 말 실수를 했..?하는 여운도 남길 수 있겠다 싶다.
쉽지 않겠지만, 결코 쉽지 않겠지만 되도록 화를 내는 대신, 침묵해 보자...는 게 이 글을 곱씹어 읽으면서 내린 나의 '오늘을 버티는 처방전'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