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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풀 꺾였다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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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나이를 먹은 후 생일은 솔직히 그저 그렇다. 특히 부모가 없고 난 이후의 생일은 더욱 그렇다. 엄마가 끓여주는 맛이 깊은 미역국이 없으니까, 밥 한 술 뜰 때 마다 호랑이 담배 필 때처럼 오래된 내가 태어난 그 날의 이야기를 리바이벌 할 일이 없으니까,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냥 보냈다. 가족들이 아쉬워해서 파크 하얏트에서 파는 케익을 사다가 저녁으로 커피와 함께 먹었다. 점점 그럴 것 같은 생일, 앞으로는 생일 즈음 해서 여행을 가야 할까 보다 생각했다.


조용히 보낸 생일이었는데, 다음 날 지인의 딸이 다음달인 10월 서울에서 결혼을 하는데, 서울에 오지 못하는 하객들을 위해 제법 괜찮은 부페에서 저녁식사를 대접한다고 초대를 했다. 축의금도 직접 드릴 겸, 가족이 함께 참석했다. 결혼을 앞둔 청년은 늘 멋지다. 빨간 카펫을 함께 서기까지 그들이 이루어낸 용기와 사랑이란, 인생에 이토록 힘겨운 과정은 또 없어서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그 마음으로 진심으로 저녁을 먹었다. 잔치집 부페 치고 맛이 꽤 있었다.


한창 식사를 하던 중에 사회자가 나와 피로연을 했다. 간단한 신랑신부의 인사와 친정아버지의 감사인사 등이 있었고, 그 때 마다 격한 박수를 쳐 줬다. 다음으로 피로연의 하일라이트라며 경품 추천을 했다. 하객이 제법 왔는데, 내가 당첨이 되었다. 선물은 '스타벅스 카드'. 가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기대된다. 아이는 5천원이 들었을 거라 했고, 아내는 3만원 아니면 5만원일 꺼라고 했다. 나는 2만원일거라 생각한다. 가족 모두 내기를 할 껄 하고 생각했다.


놀라운 일이 생겼는데, 아내가 경품 행사의 최고상인 1등상을 받았다. 행사장에 들어갈 때 팔에 붙여준 스티커에 점수가 기입되어 있었는데, 아내에게 붙어 있던 45번이 당첨된 것이다. 경품은 '녹용 공진단' 이었다. 예비신랑이 서울 양재동에서 한의원을 경영중인 한의사 원장이신터라 1등 상품이 꽤 거했던 것이다.


몹시나 고급스런 포장으로 보아 한의원에서 구입하면 소비자가가 꽤 될 듯 했다. 아내는 내게 주며 "자, 생일선물!" 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내가 먹을 수 밖에 없던 것인데, 졸지에 아내로부터 생일선물을 받은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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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꺼내어 먹어 보니 녹용향이 그득한 것이 꽤 비쌀 것 같았다. 매일 먹기가 부담스러워 이틀에 한 알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먹고 나니 기분상 그런지 몸이 좀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더 먹어보면 확실히 알겠지. 좀처럼 약을 잘 먹지 않아서 나는 이런 거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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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점심때 오랜만에 타이가 텐푸라에서 아나고텐동을 먹었다.

보통 때는 타이다 텐동이라 해서 고기와 새우 그리고 채소들을 튀긴 시그니처 메뉴를 먹었는데,

일전에 먹으러 왔을 때 다른 사람들이 아나고 텐동을 시킨 것을 보고 '아, 나도 다음에는 저걸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한 터라 시킨 것이다. 삼복을 지나도록 삼계탕을 먹지 않은 탓(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삼계탕을 싫어한다)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삼복 때 아나고는 아니고, 우나기(민물장어)를 먹는데 여튼 비스무리한 갯장어이니 몸 보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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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온 걸 보니 아나고텐동은 꽤나 컸다. 가위로 잘라 따로 담아두었는데 수북히 쌓여서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른 듯 했다. 마지막 꼬리까지 다 먹었지만, 겨우 먹었다고 할 만큼 양이 많았다. 그 날 저녁은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배가 불렀다. 오랜만에 먹은 터라 맛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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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해운대 바닷가를 나와 한 두시간씩 산책을 했다. 더위가 한풀 꺾인 덕에 그리 덥지 않았고, 더울라치면 바람이 솔찮게 불어주어 몸에 실린 더위를 식혀 주었다. 오늘은 청사포까지 걸었다. 왕복 10킬로 미터의 거리였는데, 여름에는 엄두도 못낼 정도의 거리였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만큼 중요하고 좋은 시간이 있을까. 마음에 아무런 부담과 걱정, 나를 괴롭히는 그 무엇도 없는 상태가 요즘인데, 그런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싶었다. 아, 어제는 모처럼 잠도 8시간이 자서 기분이 더 그런 것 같다. 내일부터는 중개사시험 준비 3회독이 시작된다. 앞으로 한달 동안 빡씨게 해야 할 공부를 위해 보낸 주말인 셈이었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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