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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애플TV - 로스트 버스 Lost bus

by 리치보이 richboy

억세게 재수 없는 사내의, 위대한 하루





재수가 옴팡지게 없는 날, 그런 날이 있다.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느라 잘 차려 입었는데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장대비가 내려서 물에 흠뻑 젖은 새앙쥐 꼴이 되어버린 바람에 시작하자마자 불발이 되거나, 기말고사와 장염이 같은 날 동시에 찾아오는 그런 날, "오~ 하늘이시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고 통곡하고 싶은 그런 날, 친구들도 있지 않은가.


여기, 영화 <<로스트 버스 Lost bus>>의 주인공 캐빈이라는 친구가 그런 날을 경험했다. 아내와 이별한 뒤 아들을 데리고 사는 이 사내는 사춘기 아들의 행동에 나날이 폭발 직전이다. 게다가 아이를 돌봐주면 딱 좋을 어머니는 병중에 있다. 두 번 다시 가기 싫었던 고향을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들린 것이 계기가 되어 고향의 초등학교 버스 운전수가 되었다.


매일매일 불만투성이이던 이 사내 캐빈은 '하늘이시여~' 하며 통곡하고 싶은 그런 날을 만난다. 아이들을 잔뜩 태우고 등교길에 오른 캐빈은 어머니로부터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는다. 처음에는 꾀병인줄 알았는데, 구토와 함께 고열에 시달린다는 말에 놀란다. 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준 뒤 정비를 해야 해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


애들 내려줘야 해, 회사로 빨리 가야 해, 집에 가서 아이에게 약도 챙겨줘야 해...한마디로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에 버스 안에서 우왕좌앙 하는데 눈 앞에 펼쳐진 건 대규모 산불이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캐빈은 자신이 내려주었던 아이들을 다시 태우고 돌아가야 하는 또 하나의 상황이 더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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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와 <트루 디텍티브>에서 펼친 명연기로 나의 최애 배우가 된 매튜 맥커너히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수많은 인명과 가족을 함께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 버스 운전수 역할을 최고의 연기로 소화해 낸다. 잘 만든 재난 영화는 극강의 몰입도를 선사하는 법인데, 오랜만에 시간을 잊고 손에 땀을 쥐고 본 재난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휴, 내가 저 자리에 없기 망정이지...저런 마을에 살았더라면 어쩔?' 하는 얄궃은 안도감이 들었을 만큼 몰입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다가 이런 감동을 느끼면 뭔가 '득템한 기분' 든 적이 있나? 이 영화가 친구에게 그런 기분을 안겨줄 것이다. -richboy


https://youtu.be/XSDHjkuwaic?si=Uh7KQpFTTsDLzC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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