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도시락에 관한 추억?

(나의 퇴사기, 퇴사 전 점심시간에 관한 기억에 대해..)

직장인들의 고민 중 하나가, 어찌 보면 오늘 내가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보다 더 큰 고민이

바로, "오늘 점심 뭐 먹지" 아닐까 싶습니다.


그다음 고민이 "오늘은 누구랑 먹지?"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은 퇴사 직전 2년의 나의 점심식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적어 볼까 합니다.


저 역시 처음 퇴사할 때 회사에 입사할 때는 점심시간에 위와 같은 고민, 

아니 미처 그런 고민이 필요 없을 정도로, 러브 콜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너 2세의 프로젝트를 주로 하는 전략팀의 그것도 외부 경력 특채로 채용이 된 직원이기에,

인사팀의 관심부터 주변 부서의 오너 2세의 관심사 파악을 목적으로 하는 흑심? 있는 제안까지 등


서소문(당시 회사는 상암 시절 전)에서 유명한 노포와 맛집들은 알아서 다들 모셔? 가기 일 수였습니다.


어떨 땐 서소문을 넘어, 더울 땐 을지로의 냉면집으로(냉면집에서 냉면 말고 수육은 늘 함께)

날이 춥고 보양이 필요할 땐, 통인동의 고급 고깃집에서 양곰탕을(양곰탐집에서 곰탕 말고 고기는 늘 함께)


아 이게 주목받는 조직에 소속된 힘이요, 법인카드의 힘이구나를 몸소 느꼈던 아주 배부르고 기름진 나날을

경험했었습니다. 


하루에 마시는 브랜드 커피도 별, 콩, 기타 등등 몇 잔씩 마셔서 입이 늘 호강을 했었던 적이었으니까요. 


너무 호황기가 찬란하고 길었던지, 퇴사 압력을 받기 시작하며 업무에서 하나씩 배제되기 시작한 19년 여름부터는 보릿고개가 아주 심했더랬습니다. 


늘 어울렸던 동료? 들은 하나둘씩 외면하고, 내가 없는 또 다른 팀의 단톡방에서 항상 오와 열을 맞춰

시간이 되면 일사불란하게 일어나 점심 대열을 만드는 동료? 였던 그 들의 속에서, 


늘 혼자였습니다. 


혼밥. 


요즘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듯 익숙해졌고 오히려 혼자가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당시에는 참 부끄럽다? 수치스럽다? 어떤 패거리 끼지 못하는 낙오된 그런 느낌으로 괴로웠습니다.


네 괴롭다는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점심시간. 늘 상 오늘은 어디 가서 혼자 배를 채워야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 


주머니 사정도 아낄 겸 그 쯤해서 집에서부터 스스로 조달해 간 '도시락'을 지참해서 출근길에 항상 함께 했었습니다. 

사진과 같은 제대로 된 도시락은 아니었습니다..(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만원 지하철에서 혹시 세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과 냄새가 나면 안 되고 혼자 빨리 먹을 수 있는 그런 

구색용 도시락. 참 초라했습니다. 어떨 땐 먹을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서서 먹어야 했기에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단출한 도시락 밥상이 늘이었습니다. 


사내 회의실에서 빈 공간에서 식사를 하다, 냄새가 날까 그 냄새로 인해 나를 더 우습게 보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점심시간엔 

으레, 상암동의 월드컵공원으로 걸어 나갔습니다.(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가 곤욕이었습니다)


빨리 후다닥 입에 밀어 넣고, 벤치에 앉아서 "내가 뭘 잘 못했을까, 내가 어떤 것을 하지 못해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 "조직에서 나가면 뭘 하지"에 대한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나의 퇴사 전 점심시간은 늘 기대는 없는, 혼자 되새김질을 했던 그런 시간으로 기억이 됩니다.



언젠가 블로그에 적은 글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만약, 어떠한 책을 쓰게 될 경우 꼭 혼자 도시락을 준비해 1년 넘게 식사를 하며, 

겪었던 이 느낌을 적어 보겠노라고.. 



나의 퇴사 이야기...


나의 직장생활의 이야기....



다음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퇴사를 하게 되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