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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생활의 시작

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에 대해 7편

아내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시간.


무언가를 해보려는 다짐을 하였지만, 막상 다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쉽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도 높지 않은 눈높이였지만) 더 눈높이를 낮춰, 각종 아르바이트와 임시직 구직활동이 가능한

앱을 휴대전화에 다운로드 후 수시로 눈여겨 찾아보며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바깥에서 일을 찾지 못하면 가정 내에서라도 내 역할을 다시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맞벌이를 할 때 나름 가사 분담을 했다도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바깥일을 하는 아내를 대신해서

전적으로 집안 일와 아이 양육에 대해 전담을 적어도 일자리를 잡을 때 까지는 해 보자는 생각에,


전업주부의 생활을 봄부터 아이 1학기 방학 때까지 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잘하지 않는 아내를 위한 간편식으로 삶은 계란 두 알과 견과류 마실 음료를 준비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 등교 전 아침식사와 학교 갈 채비 준비.

등교 후 집안 청소와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고 나면,


어느덧 아이 하교 시간이 다가왔으며 아이 학교 앞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

씻기고 학교에서 받아 온 과제물이나 준비물을 챙기고, 교과 지도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오후가 되고 간단히 할 수 있는 선에서 저녁 준비를 시작합니다.


두부, 감자, 애호박, 양파, 계란, 어묵, 소시지. 


이 5가지는 아마 작년 3월부터 6월까지 근 석 달 동안 소비한 양이 지난 3년 소비한 양 이상으로 

많을 듯한 것 같습니다.


뭔가, 만드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제가 할 수 있는 찬이라고는,

그저 간장 기반에 팬에 볶는 요리가 전부였으니까요..


뭔가 집안 일과 아이 돌봄을 하면서 만족스럽다는 느낌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내 역할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들고, 갇혀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곤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있었지만 말이죠)


1학기가 종료가 되고, 아이 여름방학이 오면서.

경제적 이유로 많은 과외 활동을 하지 못했던 아이와 종일 집안에서 씨름을 하다 보니, 

같이 있는 시간만큼 아이를 혼내 시간도 점점 늘어났고. 


아이를 위한 훈육 차원인지 제 스스로에 대한 화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던 꾸짖음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이는 늘 엄마 퇴근만을 기다렸고, 저 역시 아내가 집에 와서 바통을 넘겨받을 시간만을 기다렸던

정말 '주부'같은 생활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집안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여름이 되면서 '코로나 핑계'로 잠시 멈췄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몸을 쓰던 땀을 흘리던 뭐라도 에너지를 분출시키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요..


운동의 효과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일단 1시간 여 운동시간에 '몰입'으로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점과

땀 흘리고 난 뒤 스트레스 해소의 느낌. 저녁에 술이 없어도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효과까지.


왜 성공한 사람들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사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제가 가진 생각과 경험 그리고 일상의 기록을 글로 적어 보라는 아내의 권유에

짧은 글 솜씨지만 블로그를 통해 글을 적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상이지만, 여러 사람과 비슷한 주제로 교감을 하고 내 글에 대한 반응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뭔가에 빠질 수 있는 그러나 나쁘지 않은 중독 감이 있어 좋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운동과 글쓰기로 침체되어 있던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던 작년 늦여름의 시작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몸과 마음을 추슬렀으니,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 볼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으니까요.


집 안이 아닌 밖에서 내 역할을 찾아보자. 그게 뭐가 되었던..



(다음 편에 계속)



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은 진행형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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