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갱신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안전장치
그동안 임대인으로만 살아왔지, 임차인으로 되는 것은 대학생 이후로 처음이에요.
대학생 때야 뭐 연세라고 해서 1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입금하는 형태였고, 계약서도 뭐 집주인이 쓰자고 하는 대로 썼던 기억이 나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위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주인에게 그냥 끌려다녔던 것이니까요.
지금은 어느 정도 사회경험도 쌓이고, 부동산 계약 관련 경험도 쌓이다 보니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무엇이 나에게 유리한 것이고,
무엇이 나에게 불리한 것인지 말이에요.
최근 글에 소개해드렸다시피, 이번에 옥정신도시로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임차인의 입장으로써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고, 어느 한 특약사항이 의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문구는 이렇습니다.
임차인은 계약만료 3개월 전에
임대인에게 계약연장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기로 한다.
그런데 웃긴 게 무엇인지 아세요? 제가 임대를 주었던 아파트의 특약사항에도 적혀있었다는 거예요.
저도 이 특약사항을 적어달라고 하고, 세입자를 받았다는 겁니다.
그때는 이런 생각이었죠.
법적으로 계약만기 6개월에서 2개월 사이에 서로 간의 계약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으면 묵시적 갱신이 되잖아?
말이 묵시적 갱신이지,
집주인 입장에서 본다면 굉장히 불리한 거예요.
세입자가 언제든지 나간다고 통보할 수 있고,
통보한 후로부터 3개월 뒤에 자동적으로 계약이 해지됩니다.
준비도 안 하고 있다가 3개월 뒤에 갑자기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 묵시적 갱신 모두 안되게끔 노력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어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썩 좋은 입장은 아니거든요.
아래는 묵시적 갱신에 대해서 정리한 것이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걸 막기 위해 저 특약사항이 들어간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원래는 집주인이 챙겨야 하는 부분이에요. 계약만료 전에 재계약여부를 묻는 것이요.
그 집에 대한 책임과 권리는 집주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 특약을 넣어놓음으로써 내가 실수로 계약기간을 까먹더라도 세입자가 대신 말해주면 고마운 상황이 된다는 것이죠.
일종의 안전장치? 그런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저 특약에 대한 대처방법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부동산 계약서에서 특약사항은 법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굳이 내가 저 특약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서로 아무 말 없이 계약기간이 지나간다면 묵시적 갱신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묵시적 갱신은 법에 정해져 있는 사항이니까요. 특약사항이 이길 수가 없습니다.
다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법적 분쟁이 일어났을 때 일정 부분 주장을 할 순 있겠죠.
딱 그 부분까지입니다. 일정 부분에 대한 책임을 분산시키는 것. 하지만 본질인 법을 이길 순 없습니다.
그래도 찝찝한 건 마찬가지이잖아요?
저는 빼달라고 했습니다.
저 특약에 대한 내용을 말이에요.
지금 밤 10시인데 아직까지도 답변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하네요 ㅎㅎ
일단 계약에 관련된 법을 말씀드리면, 내일이 본계약이지만 그전에 문자를 통한 가계약을 하게 됩니다.
가계약도 부동산에 대한 정보와 계약금, 중도금, 잔금, 특약사항 등 기본적인 내용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엄연히 말해서, 가계약에 논의되지 않는 특약사항이 갑자기 계약서에 나올 수는 없습니다.
새로 무언갈 넣으려면 임대인과 임차인 상호 동의를 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저는 가계약부터 신경을 많이 쓰고,
시간을 많이 들입니다.
가계약에서 잘못되면
그 이후의 과정들까지 어긋나게 되거든요.
일단 내일 직접 계약하러 온다고 하니, 대화로 잘 풀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