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숨쉬기가 이렇게 힘든 거였나..?_
수업을 하다보면 참 다양한 아이들을 만난다.
아니지, 다양한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만난다.
옛말에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라는 말이 있다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
일단, 난 그냥 ‘강사’로서의 교수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인생을 진지하게 같이 고민해주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선생’으로서의
교수자가 되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일반적으로 교과적인 수업만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혹여나 수업을 못따라 오거나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 더 그 아이들을 각각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1:1로 개별 수업을 하다보니 점점 고민은 늘어났고,
그러다가 사건이 터졌다.
그 전에, 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학원일을 처음 시작했을때부터 13년동안
이상하리만치 나에겐 마음이 좀 힘들거나,
예민한 아이들이 많았다.
내가 예민해서 그들을 잘 이해해서인지
아이들도 잘 따라줬고, 학부모님들께서도 아이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주는 선생이라 생각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했다.
그치만 그거와는 별개로,
그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
한 아이가 '주의력 결핍장애‘로 인해
치료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참 맘이 좋지 않아 더 신경쓰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빌미로 점점 거짓말이 늘고,
수업태도는 말할 것도 없고....
물론 그 약을 먹으면 어떤지 너무 잘 알아서
아이를 이해도 해봤지만.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우리만큼의 이상행동들이
지속되면서, 결국 모든 그 상황의 스트레스를
온전히 홀로 끌어안으면서 나에게도 점점
건강의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잘 쉬던 숨이 갑자기 턱턱 막히고,
자꾸만 나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들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아이를 만나는 날에는
심장이 터질듯이 빨리 뛰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
하지만, 난 아이들에게 내색할 수 없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수업을 진행하고
아이들이 문제를 풀고 있을 때
혼자 원장실에서 숨을 몰아쉬며
진정하는 게 최선이었다.
처음엔 이 증상이 뭔지 알지도 못했기에,
그저 내가 분필을 많이 써서 폐가 안좋아진건지 싶어
폐검사부터 별 검사도 다해봤는데 이상은 없었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정도는 아니었어도,
가끔 스트레스가 많았던 때 가끔 숨이 가쁘던 것도
그 전조증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발현된 증상들이 쉽사리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신체적으로 먼저 반응이 시작됐다.
사람이 많아지거나 스트레스의 상황이 직면하면
나도 모르게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진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숨쉬는 것에 대해
자꾸 신경쓰게 되고 민감해졌다.
오히려 내 증상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전보다
훨씬 더 힘들어졌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저 당시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으면
그 근처를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만해도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너무 힘들었다.
사람들과 연락도 다 단절하고
그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는 것도
힘들어 배달을 시켜 마시곤 했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친한 친구와 이런 고민을 나누고 ,
전문 상담사님과 상담을 하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심박수가
컨트롤이 안될 정도로 빨라져서
스마트 워치의 경고가 뜨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난치성 통증 때문에 먹는 약들도 많고,
아무래도 이쪽 계통 일은 소문이 무서운 지라
‘정신의학과’에 갈 용기도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명상도 하고, 산책도 하고,
힘든 날엔 마음 일기도 쓰면서,
나만의 방법을 찾아 나름
그 상황들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중이다.
아무리 온라인 상이라 해도,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구라도 나와 같은 증상으로 힘들어한다면,
그건 본인의 잘못이 아니고,
본인이 약해서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이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와 상황은
각기 다르고, 그를 처리하는 방법 역시
모두 다르기에.
보통 이런 증상들을 얘기하면
‘예민해서 그렇다,
멘탈이 약해서 그렇다..‘는 식의
이런 말들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와 같은 사람들도 숱하게 들었을 말들..
근데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절대 나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더불어
아무것도 못하고 이불 속에 꽁꽁
나를 가리고 숨어 있다면,
부디 용기를 내어
상담이든 치료를 시작하여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글을 마친다.
[이전글]
[투병일기] 4. 얼마나 아파야, 잠든 내가 보일까?
https://brunch.co.kr/@richjub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