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상처받지 않은 영혼으로 살아가고 싶다_
나는 꽤 엄했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다.
예의범절을 중시하셨고, 첫째로서 동생을 잘 돌보고
부모님께 잘하는 그런 딸이 되기를 희망하는.
물론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어도,
난 언제나 ’네가 첫째니까 잘해야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래서인지 키가 늦게 컸던 나는
동생보다 키가 덜 클까봐도 무서웠다.
동생과의 비교는 이미 어릴때부터
일상이 되었고, 그 어린 아이들을 비교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어른들이 미웠고,
상처를 받았다.
무조건 동생보다 잘해야 했고,
키도 커야 했고,
뭐든... 나아야했다.
왜 나만 그래야 했을까?
왜 다들 그렇게 하라고 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아직 내 마음속에
다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가 자꾸만
되뇌이며 홀로 운다.
그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아버지의 일이 힘들고 가세가 기운 것
같은 느낌이면 난 알아서 발벗고 나섰고,
동생 뒷바라지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으나
돌아오는 건
“누가 그렇게 하래?” 라는 그 한마디.
외면당한 나의 노력과 배려와 희생이
아직도 씻기지 못한 상처로 남아
가끔 문득문득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다.
그 와중에 글은 그런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수단이자,
내 마음을 가장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다.
주변에선 대부분 본인들의 이야기를 내게 쏟아놓고
그 용건이 끝나면 한동안 연락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일상을 궁금해하거나 물어봐주는 이가 없다는 것도
참 서러운 일이기도 하다.
잘 지내냐는 말은 그저 자신의 말을 하기 위한
작은 빌드업일 뿐.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살기 위해서.
이렇게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도저히 숨쉬고 살아갈 용기도,
이유도,명분도 없어져 버릴 것 같아서.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고
나를 조금이나마 ‘나’로서 인정해주는
그 한마디가 간절해서.
내 안의 어린아이가 위로받고,
행복을 찾아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주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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