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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레몬 Jan 26. 2020

미라클 모닝

나의 골든 타임을 찾아서


'이 정도면 열심히 사는 것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껏 살면서 한 번도 공격적인(?) 삶의 목표를 갖거나 해야 할 일을 정해놓지 않았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대학교를 나와 직장을 가졌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둘이 된 다음부터는 양가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아이 둘을 키웠다. 경쟁이 치열하고 야근이 많은 직종에서 일하면서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손 하나도 까딱하기 싫을 만큼 녹초가 되어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이 하루하루 쫓기듯이 살았다.


쌓이는 스트레스는 쇼핑이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블로그에 밀린 수다를 털어놓으며 풀었다. 힘들었던 시기를 그럭저럭 보내고 둘째도 학교에 가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마흔을 앞두고 내가 있는 자리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니 생각한 대로 살았던 것이 아니라, 그냥 사는 대로 생각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바쁘고 정신없기 살기는 했지만, 내가 목표한 대로 삶을 이끌어가는 시간의 주인은 아니었음을 알았던 것이다. 


  




다르게 살기로 결심한 나는 조금씩 천천히 그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내가 이뤄야 할 것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해 보고 그 내용을 정리하였다. 세세하게 작성한 목표를 블로그에 올려 소문도 내고 매일매일을 새해 첫날처럼 살자고 스스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딱 하나, 많은 고민 끝에 신년 목표에 넣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미라클 모닝'인 것이다. 미라클 모닝, 자기 계발의 정석이자 종교처럼 인식되는 개념으로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동명의 책도 있다. 미라클 모닝을 목표에 넣지 않은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는 않다.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한 나는 언제나 일터와 집 사이에 거리가 꽤 있었다. 요즘 말하는 door to door로 짧게는(?) 편도 50분에서 길게는 1시간 40분까지, 녹록지 않은 출퇴근 시간을 감당해 왔다. 출근 시간은 대부분 8시 30분이었고, 엄청난 교통 체증과 돌발 변수에 대비하려면 보통 6시가 좀 넘으면 일어나서 7시경 집을 나오는 스케줄로 살아왔다.






절대적인 통근 소요 시간이 있다 보니 퇴근 후 집에 오면 빨라야 8시, 야근이나 회식이 있는 날은 기약이 없다.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치우고 해야 할 집안일을 하고 책을 좀 보다가 11-12시경 쓰러져 자는 것이 나의 평범한 일과.


나는 학창 시절에도 단 한 번도 밤을 새워서 공부한 적이 없을 만큼 잠을 꼭 자야 컨디션을 유지하는 편이다. - 이제껏 단 한 번, 1분도 자지 않고 밤새 야근을 한 후 오전 9시 미팅을 간 적이 있었는데 정말 별로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 다만 야행성이라기보다는 얼리버드 스타일이라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죽을 만큼 힘들거나 스트레스는 아니긴 하다. 


내 체력과 생활 패턴상  6-7시간은 꼬박 자야 일상생활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에 지금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은 자신이 없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사이클이 있는 법이니, 무작정 미라클 모닝을 따라갈 마음이 없기도 했다.


그런데 새해 들어 한 달 가까이 목표한 일들을 꾸준히 하려니 여러 가지 어려운 점에 부딪치고 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갑자기 생기는 불가항력의 일들도 물론 있지만, 역시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사색하며 계획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시간.

다가올 하루를 생각하며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시간.

몸을 풀고 지금 내가 가지고 만나는 것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시간.


그러한 시간은 아무래도 하루를 보내고 나서 지쳐있고 쉬고만 싶은 밤이 아니라 충분한 잠이라는 축복된 휴식을 통해 다시 생기가 도는 아침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기적 같은 시간에 대해 괜히 많은 사람들이 얘기할 리는 없을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인생의 승자가 될 수는 없지만, 매일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계획하는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한 사람이 인생의 루저로 살 확률은 높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고민 중이다.

내가 가장 효율적으로 하루를 리뷰하고 계획할 수 있는, 나만의 골든 타임은 언제일까.

지금보다 일찍 일어나서 계획한 일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좀 더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고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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