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의 시대

머니 에세이(6) - 아르바이트의 기억, 돈을 벌기 시작하다

by 리치레몬



대학교에 입학하고, 신입생이었던 1학년 1학기 내내 용돈이 부족했던 나는 여름 방학을 앞두고 본격적인 아르바이트 구하기에 돌입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껴 쓰려는 마음만 먹었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데, 그 때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어쩐지 집에 가기 아쉬워 하루가 멀다 하고 오늘은 뭘 할까 고민했고, 큰 돈을 쓰지는 않았어도 매일 놀기에 용돈 30만원은 차비와 밥값을 제하면 너무나 빠듯했다. 그런데 막상 돈을 벌려고 하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어디서 어떻게 벌 지 막막하였다.





우선 벼룩 시장 같은 지역 신문에 나와 있는 구인 정보를 찾아 보았다. 적당한 거리에 있는 카페, 꽃집, 음식점, 호프집 등이 있어 먼저 전화해 보았다. 이 글을 쓰면서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그 중 몇 군데는 직접 가서 면접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면접을 보면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했던 서너군데에서 모두 떨어졌다. 대부분은 인터뷰를 하고 난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었던 것 같다. 겨우 스무살이었고, 빼어난 용모는 아니지만 나름 인상이 좋은 편이라 생각했고, 건강한 대학생인데 왜 떨어졌을까 그 때는 의아했는데 지금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일을 열심히, 더 잘할 수 있는 노련한 알바를 찾는 게 당연하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험이 없는 스무살, 알바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이는 어리숙한 학생에게 누가 선뜻 일자리를 주겠는가.





아르바이트 하는 것도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니 참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데, 독서실 총무 알바가 은근히 편하고 할 만 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집 근처 독서실에 전화를 돌려본 것이었다. 될 거라는 생각없이 스무 살의 도전 정신으로 몇 군데 전화를 해본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그중 한 독서실에서 한 번 와보라고 해서 가보게 되었다.


당시 그 독서실 사장님은 알바 없이 혼자서 독서실을 운영 중이셨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오전부터 오후까지 총무 자리가 없을까 해서 그냥 한 번 연락했다고 하니 나를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였다. 구인을 낸 것도 아닌데 먼저 전화해서 일자리가 없냐고 물어보는 대학교 1학년을 기특하게 보셨던 것 같다.



그리하여 나의 첫 알바는 도보 10분 거리의 집 근처 독서실에서 시작되었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서 독서실 문을 열고 가볍게 정리정돈을 하고 자리에 앉아 학생들이 오면 라면을 팔기도 하는 그런 일이었다. 총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일은 심심하지만 가만히 앉아 책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 괜찮은 일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점심 시간 무렵에나 독서실에 오던 편이라 아무도 없는 독서실에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길었다. 그렇게 첫 여름 방학을 보내며 이제 방학도 끝나가는 데다가 무료함이 생겨 어느 날 갑자기 독서실을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나를 채용한 이후에 나름대로의 자기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던 사장님은 좀 놀라는 눈치셨다.



그래도 그간 수고했다고 동생들에게 피자를 사주라며 아르바이트 비용에 약간의 비용을 더 얹어주셨다. 다시 생각해도 좋은 분이었다.





독서실 사장님에게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남아있는, 미안한 일 두 가지가 있다. 아마 그 분은 잊으셨겠지만 나는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되었다.


첫번째는, 알바를 하며 루즈해졌던 나의 자세에 대해서다. 처음에는 독서실 문 여는 시간 (아마 9시였던 듯)에 맞춰서 출근을 했다가, 갈 때마다 아무도 없을 뿐더러 10시, 11시는 되어야 한 명이 올까 말까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출근 시간이 늦어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9시 15분, 20분에 독서실 문을 여는 경우도 많았는데, 하루는 내가 20분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굳은 얼굴로 사무실에 계셨다.


점잖지만 단호하게, 사람이 없더라도 제 시간에 오지 않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하셨다. 내가 바로 죄송하다고 했던가. 스무 살 어린 마음으로 생각해도 시간에 대한 댓가를 받는데 늦는 것은 아니지 싶었다. 이후 나는 업무상 일정에는 늦지 않는다. 대학교 졸업 후 20년 가까이 사회 생활을 했지만, 전날 아무리 야근을 했거나 과음을 했어도 늦게 출근한 날은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둘째는 알바를 그만둔 이후이다. 독서실 문을 열 때 작은 열쇠가 필요했는데 나는 그 열쇠를 항시 가지고 다녔다. 알바를 그만두며 당연히 열쇠를 반납했어야 하는데 별 생각없이 열쇠의 존재를 잊었다. 이후 지갑에 열쇠가 있음을 알았지만 1-2주 가량 돌려주려 가야 한다는 마음과 일부러 다시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 사이에서 갈등했던 것 같다.


그런데 뭐가 안 되려니, 내 평생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으로 지갑을 도난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알바비 받았다고 지갑이 든든하다며 친구와 명동에 가서 신나게 쇼핑을 하다가, 백팩 앞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지갑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 날 경찰서에 가서 신고했지만 지갑을 찾을 수 없음은 당연하고, 지갑에 들어있던 당시로서는 엄청난 거금인 10만원 가까운 돈 때문에 속이 쓰렸다.


독서실 사장님에게 연락이 온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는데, 열쇠를 달라고 하셨다. 못 돌려드려서 죄송하고, 며칠 전 지갑을 누가 훔쳐갔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얘기하면서도 진작에 돌려줬어야 하는 물건인데 내가 너무 잘못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음과 다르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잘 표현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얘기에 개운치 않은 반응을 보였던 독서실 사장님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리라.





잘못한 일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옳은 일이라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짧았던 첫 알바를 통해 배우게 된 점도 많고, 처음으로 내 손으로 돈을 벌어서 가족들에게 뭔가를 샀던 것 같다.나의 알바 스토리는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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