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불안과 예민함

by 리치레몬


직장에서 권장하는대로 명절 연휴와 붙여 하루 연차를 냈다. 정확히는 앞뒤로 이틀을 쓰라는 것이 원래 권장 사항이었으나, 하루의 공백에도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이 중간 관리자가 아닐까 싶다.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난 뒤에는 그런 부담감이 더욱 커져서 예전엔 종종 쓰던 연차를 이제는 더욱 제때 쓰지 못하고 있다.



긴 연휴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는 기분이 군 입대 전날 밤새 뒤척거리는, 내일이면 이등병이 될 청년의 마음이라 하면 지나친 걸까. 이렇게 어쩌다가 평소와 달리 긴 휴식을 취하게 되면, 연휴 마지막 날 저녁의 내 기분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갈 것을 아는 소처럼 무겁게 착 가라앉는다.



사실 회사 생활이 그렇게 죽을 맛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365일 하루하루가 그 모양이라면 대체 20년 가까이 어떻게 회사를 다녔겠는가. 아무리 생계가 중요한들 애저녁에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막상 출근해서 정해진 내 자리에 앉고 나면 어떻게든 또 일을 하고 복귀 첫 날이 그럭저럭 지나갈 것을 알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내가 걱정하는 일 중에서 90%는 아예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등등...... 회사 생활 아니 어쩌면 인생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또한 유용하게 적용될 여러 좋은 말들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그렇듯이 당장 나에게 닥친 일은 우선 예외가 된다.



드디어 맞이한 출근 전야. 새로 알람을 세팅해 놓고, 잘 맞춰졌나 확인하고, 어쩐지 쉽게 잠들기 싫어 이런저런 비생산적인 일들을 하다가 자정 가까이 잠자리에 든다. 잠이 들었다가 나보다 늦게 잠을 청하는 옆자리 남편의 기척에 또 어렴풋이 깼다가, 잠이 들었다가 어슴푸레 들어오는 빛에 홀연듯 소스라치게 놀랐다가. 침대 옆 협탁의 알람 시계를 밝혀 시간을 확인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가 다시 또 깼다가.



대체 몇 번이나 잠을 설친 것인지 알지 못한 채로 알람이 울리기 1분 전에 눈을 떠서, 알람이 고장났나 화들짝 놀랐다가, 기어코 울리는 알람 소리에 또 깜짝 놀랐다가. 오늘은 한 번 눈을 감으면 어찌될 지 모르기에 바로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이다.






평생 세상 별별 걱정을 모두 달고 사시는 친정 엄마의 영향도 물론 받았을 것이고 - 하루 연차를 냈던 날, 우연히 매주 다니는 한의원에서 친정 엄마를 마주쳤는데, 회사에 무슨 일이 있어서 못 간 것이 아니냐며 몇 번이나 걱정을 하시더란 ㅜ.ㅜ - 타고나기를 예민하고 마음 속 불안이 있는 사람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 실체가 무엇이든간에 이제는 남의 탓, 세상에 대한 원망을 얘기하기에는 말이 안 되는 나이가 됐다. 모든 것은 아직도 내 마음 다스리기가 완전하지 못한 미생이어서 때로는 작아지고 힘들게만 느껴지는 일들이 있는 것일 터.



백살을 살더라도 인생은 미완이라더니, 마음 수양은 평생을 노력해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일상적인 출근 과정일 뿐인데 아직도 이렇게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본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 부족한 점도 있지만 점차 나아질거야. 할만큼 해보고 안 되면 또 다른 방향을 생각해 보자." 이제 나도 나에게 익숙해지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달라지고 싶은 면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보면 어떨까. 그래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