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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레몬 Aug 24. 2021

2학기 개학의 좋은 점

속이 다 후련하다!


올해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어느 날이었다.

'엄마, 나 반 대표됐어!'

중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의 카톡에 놀라고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물론 가장 먼저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때 아이가 학급 부대표를 했던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연락은 대표 어머니가 하셨지만, 가끔 있는 반 모임을 챙기고 체험학습(이라 적고 소풍이라 읽는다)을 따라가야 하는 등 - 이때 무려 그 쓰기 힘든 연차를 냈다 - 신경 쓸 일들이 제법 있었다.



그때는 둘째도 저학년일 때라 엄마인 내가 챙겨야 하는 학교 일이 제일 많을 때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년이 지났고 이제 중학생이니 예전처럼 엄마들끼리의 모임은 없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아이가 대표가 됐다는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일하는 엄마이다 보니 선생님이나 다른 엄마들과 의사소통하는 일은 학부모가 된 이래로 언제나 부담이었다. (하긴 전업주부였어도 이 성격에 부담이 됐을 것 같긴 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때도 그랬지만 반장, 회장, 대표 이런 일을 도맡아 하는 적극적인 아이들은 지금도 어느 학교에나 제법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가 그렇지 않다는 것에 아쉬움은커녕, 은근히 고마워하는 너무 현실적인 엄마가 되어버렸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창궐한 코로나의 위력이 학교에까지 이렇게 광범위하게, 또 오랫동안 미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얼결에 반 대표 엄마가 됐다는 우려(!)와는 다르게 코로나 덕분에(?) 한 학기 내내 별로 한 일이 없었다. 반 단톡방을 만들고, 담임 선생님과 필요한 연락을 몇 번 주고받고, 학년 전체 단톡방에서 알려주는 공지사항을 반 단톡방에 전달한 것이 전부였다.



반 단톡방을 개설하면서 뭔가 신경이 쓰여 꽃 사진을 톡방 이미지로 넣었다.



물론 그 또한 시간과 타이밍을 고려하고 다른 어머니들의 반응을 살피는 약간은 감정적인 수고가 필요하긴 했지만, 그 정도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을까. 연차를 내고 참관 수업을 가거나 학교 행사 때 학부모 교사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께 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ㅜ.ㅜ)



2학기가 되어 아이들은 개학을 하였다. 계속됐던 1학기 온라인 클래스에 이어 짧은 여름 방학 내내 늦잠을 잤던 아이들은 갑자기 새 학기가 힘들다고 - 2학기 또한 온라인이거늘 - 투덜대고 있다.



하루에 못해도 열댓 번은 울리는 e알리미 알람에 스트레스를 받는 날도 다시 시작이다. 개학을 했으니 공지사항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 둘 학교에 학원에 하나하나 챙기기로 시작하면 끝도 없기에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산다.






학부모회 단톡방에서도 새 학기가 시작되며 공지가 공유되었다. 기계적으로(?) 반 단톡방에 나르고 있던 순간, 갑자기 이제는 2학기 반 대표가 학부모회 단톡방에서 활동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어떤 어머니의 질문이 올라왔다.



순식간이었다. 이후 그게 맞다며, 각자 속한 반에서 2학기 반대표와 부대표 어머니를 소환하더니 짧은 인사를 남기고 곧바로 줄줄이 방을 퇴장하는 것이 아닌가. 당장 2학기 반 대표가 누구로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나는 어리둥절하게 퇴장 행렬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딸에게 2학기 대표, 부대표 어머니가 누군지 물어보고, 그때가 늦은 밤이어서 다음 날 초대를 해야지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니 아이는 온라인 클래스를 시작했는데 수업이 한창인지 내 카톡에 답이 없다. 열몇 개의 반 중에서 딱 세 반만 새 대표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학년 대표의 질문을 보고 알았다.



부랴부랴 서두르며 딸아이를 재촉해 전화번호까지 알아내서 두 분을 초대하였다. 나도 초대하자마자 쿨하게(?) 퇴장하고 싶었다. 근데 같은 직장맘이면서 1반 대표 엄마라는 이유로 한 학기 동안 가장 고생했을 학년 대표 어머니에게 꼭 인사를 남기고 싶었다. 나름대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바로 나가기를 눌렀다.



'별 일도 아니면서 별일처럼 신경이 쓰였던' 단톡방 하나가 사라졌다. 반 단톡방에도 이제 2학기 대표 어머니가 공지를 알려 주실 거라는 인사까지 남기고 나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그야말로 홀가분하다. 아이들과는 다르게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나는 개학이 달갑지 않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어 좋은 점도 있구나! 



한 학기 동안 수고해주실 전국의 수많은 2학기 대표 어머니들께도 미리 감사와 응원의 인사를 건네고 싶은, 뭔가 여유있고 너그러운 마음이 든다.



https://brunch.co.kr/@richlemon/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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