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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레몬 Aug 30. 2021

기름떡볶이 만드는 법

달짝지근한 추억의 맛


우리 아이들의 떡볶이 사랑은 유별나다.

다른 맛있는 음식을 고르라고 해도 결국 또 먹고 싶다는 것은 바로 떡볶이.



하긴, 나도 매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만큼 떡볶이를 좋아했었다.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지금도 좋아하긴 하지만 분명히 예전만큼은 아니기 때문이다.



떡볶이를 열렬히 좋아하지 않는 것에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나이가 드니 떡볶이 같은 음식이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서라는

뭔가 짠내 나는 이유가 있을 뿐이고......






일상적인 떡볶이에 살짝 물릴 때,

냉장고에 떡만 있을 뿐 다른 재료가 거의 없을 때,

설 지나고 남은 떡국떡이 처치곤란일 때,


가장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으면서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열광적인 음식이 우리 집에서는 기름떡볶이이다.



*기름떡볶이 만드는 재료

- 꼭 있어야 하는 재료: 떡볶이 떡 or 떡국떡/ 기름/ 설탕/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or 대파

- 있으면 좋은 재료: 참기름/ 올리고당/ 통깨

- 취향에 따라 넣어도 좋은 재료: 기름떡볶이에는 추가할 만한 재료가 떠오르지 않는다.



0. 기름떡볶이에는 떡볶이 떡을 써도 되지만, 나는 이상하게 떡국떡으로 하면 더 맛있는 것 같다.



1.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대파 썬 것을 볶아 기름을 낸다.

- 마늘 혹은 대파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된다.





2. 팬과 별도로 냄비에 물을 끓여, 떡을 볶기 전에 끓는 물에 1-2분 삶아준다.

- 그냥 볶으면 너무 뻑뻑해서 부들부들한 식감을 내기 어렵다.




3. 팬에 양념을 넣는다.

간장 두세 큰 술/ 고춧가루 두세 큰 술/ 설탕 두 큰 술을 잘 섞다가 데친 떡을 물기를 빼 넣는다.

- 설탕은 올리고당과 반반씩 넣어도 되고, 올리고당 or 설탕만 넣어도 된다. 단맛은 취향에 따라.

- 간장과 고춧가루도 취향껏 넣어도 된다.

-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간장기름떡볶이로 만들어도 된다.



4. 센 불에 빠르게 잘 볶아준다.

- 무쇠 팬에서 볶으면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빠르게 젓는 손동작이 필요하다.





5. 고춧가루 색이 곱게 나면 맛을 보고 불을 끈다. 참기름을 넣어 섞어주고 통깨를 뿌려 낸다.

- 데친 상태에서 떡이 들러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참기름을 미리 넣어주는 경우도 있다. 취향에 따라.

- 조금 싱겁더라도 처음부터 너무 짭짤하게 하면 먹다가 곤란할 수도 있다. 적당히 간간한 것을 추천.





아이들이 엄지 척하는 기름떡볶이.








할머니는 스무 살 때 아버지를 낳으시고,

아버지는 당시로서는 조금 늦게 서른 하나의 나이에 큰 딸인 나를 낳으셨으니,

할머니는 나와 50살 차이가 났다.



지금 생각하면 50살의 할머니란 대체 얼마나 젊은가.

내가 기억하는 50-60대의 할머니는 혈기왕성하고 성깔 있는 인싸였다.



아빠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는 외아들인 우리 아버지와 평생을 사셨는데,

살림은 외며느리인 엄마가 도맡았기에 요리는 늘 엄마의 몫이었다.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할머니의 음식이

바로 절편을 세로로 잘라 기름과 고춧가루에 볶아 주셨던 떡볶이.




떡이 남아서였을까,

맛있는 거 해달라고 조르는 손주들 등쌀에 못 이겨서였을까,

분주한 동작으로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던 유년 시절의 어렴풋한 기억.



절편떡볶이를 만들 때의 할머니는 국민 어머니 스타일대로 검은 곱슬 파마머리였는데

이제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오랫동안 하셨던,

염색을 하지 않아 새하얘진 짧은 커트 머리가 먼저 떠오른다.



https://brunch.co.kr/@richlemon/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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