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인연"이라는 말이 참 묘하다. 짧은 순간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기도하고, 또 어떤 때엔 손을 놓자마자 흩어져버린다. 하지만 그 끝맺음이 완전한 소멸을 뜻하진 않는다. 지나간 인연은 추억 속에서 여전히 감정을 머금은 채 남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의 삶에 의미를 더한다. 전생과 다음 생이 있다고 믿는다면 미련이나 아쉬움 없이 떠나보내는 일이 조금은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실존주의 관점에서 사람들은 삶의 무게 속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종교와 같은 믿음에 의지한다. 믿음은 그 자체로 삶의 고뇌를 덜어주고 평안을 준다.
우리는 모든 인연을 붙잡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인연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함께했던 시간의 온도는 각자의 삶에 작은 흔적으로 남는다. 그 흔적이 사랑이든 존경이든 혹은 고통이든 우리의 존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니 다가올 인연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지나간 인연을 지나치게 무겁게 여길 필요는 없다. 흘러가는 인연 속에서 우리는 그저 우리의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은 한층 가벼워지고 삶은 더욱 평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