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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의 실체

서브스턴스

by 이승현

#서브스턴스


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복제품을 만들어낸다. 학교나 직장 등 각 공간에서 요구되는 역할에 맞추어 사회적으로 합의된 행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예의나 가식 같은 복제품 말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런 복제품이 더욱 과격하고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복제품은 때로 우리를 보호하거나 타인과의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에 예속된다면 본질을 잃고 허구 속에서 살아가는 위험을 초래한다. 복제품은 본질을 대신할 수 없으며 오히려 복제품의 작은 눈구멍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의 시야를 좁게 만들 뿐이다.


문제는 이 복제품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서 그치지 않고 오염된 세상이 만들어낸 산물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왜곡된 기준과 이미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며 알고리즘은 우리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조작한다. 복제품의 좁은 눈구멍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본질을 잃고 가짜의 세계에 갇힌다. 그렇게 형성된 왜곡된 현실은 혼란과 폭력을 키워낼 뿐이다. 결국 지난 주말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로 터져버렸다.


우리는 그 복제품과 왜곡된 세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존 말코비치의 뇌로 들어간들, 그것이 곧 존 말코비치 자신이 될 수는 없다. 메타인지를 갖고 살아 숨 쉬는 현실에서 진짜 세상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가면 뒤에 숨거나 도망치듯 살아가기보다는, 왜곡된 시선을 걷어내고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강렬한 피칠갑으로 가득 찬 페미니즘 영화를 보면서도,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 이 현실이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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