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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랜드

by 이승현


요원들의 삶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사생활의 부재다. 이들은 직업적으로 어떤 만족감을 얻으며 살아갈까.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늘 경계해야 하는 삶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명분 뒤에는 공허감과 결핍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에게 분단이라는 개념은 현실보다 낯선 이야기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내전의 상흔은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분단을 경험하지 않은 그들에게는 판타지의 영역일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재난을 두고 트럼프가 민주당 주지사를 비난하던 모습을 보며, 주정부와 연방정부 간 갈등이 깊어지면 정치적 분열이 분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상상하게 된다. 국가가 특정 지역, 단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그 결과는 분명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홍장원 전 1차장의 국회 증언을 보며,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엘리트들로 구성된 집단이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댓글부대 논란으로 한때 우스운 꼴을 보였지만 국가 운영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희화화되고 왜곡되었던 조직의 이미지를 넘어 요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선택과 고뇌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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