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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by 이승현

공동지성의 작동 구조를 묘사하며 언제든 소각 가능한 ‘부속물’의 필연성이 나타난다. 공동으로 운영되는 정신을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고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누군가는 결정을 내리고 누군가는 그 결정을 따른다. 누군가의 결정을 따르는 ’부속물‘은 자신이 소모적인 역할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흐름에 따라 행동하고 전체의 의지가 자신의 의지와 일치한다고 믿으며 독립적인 사고는 흐려진다. 한 개체의 완전한 주체성을 유지한 채 결합하는 집단지성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조정되고 균형이 맞춰진 공동지성의 부속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과 부산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거리에 선 사람들 대부분은 집단지성의 일원이 되어 시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혼탁한 정신을 내새운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과 흐름을 따르는 부속물일지도 모른다.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는 사람조차 철저리 특정한 프레임에 종속되어 있다면 어떤 역할을 부여 받았는지 쉬이 판단이 어렵다. 지겹도록 검증된 부정선거 음모론이 쉽게 확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음모론을 내세우고 폭력적인 선동을 통해 모종의 이익을 얻는 집단에게 부속물은 그저 교체 가능한 부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생존과 이익을 위해 입장을 바꾸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외교 무대에서는 도덕성과 논리를 초월한 현실적 판단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조차 이러한 자유를 무제한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헌법과 법체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러한 자유에 일정한 선을 긋기 위해서다. 하지만 언제나 헌법재판소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고 싶어하는 세력이 있다. 만약 매번 원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재판관을 교체한다면, 헌법재판소의 권위는 무너지고 사회의 안정성 역시 크게 흔들릴 것이다. 테세우스의 배를 모두 뜯어 고치더라도 여전히 배로 남아야 하듯, 헌법재판소도 법적 절차에 따라 재판관의 임기와 퇴임이 이뤄지며 그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이 체제는 더 이상 법을 지탱하는 장치가 아니라 특정 세력의 의지를 관철하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그 장치를 흔드는 자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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