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가름

프로젝트 헤일메리

by 이승현

어릴 적부터 원대한 목표를 세우는 일을 주저하곤 했다. 20대 무렵, 주변의 모두가 특정 전문직이나 산업군에 진입하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던 시기가 분명 있었지만, 준비 과정에서 마주할 '실패'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섰다. 유연함을 빙자한 무책임한 무계획 속에 살아온 게 사실이다. 그렇게 그저 눈앞에 놓인 작은 문제들을 하나씩 먹어 치우며 오늘까지 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은 일종의 방어기제이기도 했지만,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특정 직업과 제대로 맞물리지 않았던 탓도 있다. 그 일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혹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인지에 대한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한 채 적당한 월급과 그럴싸한 직장을 잡아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삶이 결코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서울 근교에서 아내, 아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궤도를 잘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이곳저곳이 낡아가며 고장 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조금씩 수리해가며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조정하며 살아가면 그만이다. 갑자기 제노나이트로 만든 우주선을 구해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