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우리 갑순이

by 리치만

안녕하세요.

‘우리 갑순이’를 연재했던, 갑순이 아빠입니다.


사실 글을 쓴다는 게 저에겐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릴 적에도 글짓기를 잘했던 편은 아니고, 어디서 글 쓰는 법을 배워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이 연재를 시작하기 전, 저는 2025년 1월 3일, 갑순이의 생일에 맞춰

**〈우리 갑순이〉**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싱글을 먼저 발매했었습니다.

노래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도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우울함 속에서 지내야 했어요.

너무 보고 싶고, 안고 싶고… 그래서 서울 근교로 당일치기 여행도 자주 다녔죠.


한 번은 대전에 다녀와서,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갑순이 기다리겠다, 빨리 가자’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어요.

그 순간 너무 슬펐어요.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먼저 그렇게 반응하더라고요.


까만 털이 복실복실한 갓난아기 갑순이.

처음엔 귀엽다는 이유로, 솔직히 말해 충동적으로 데려왔어요.

그땐 많이 이기적이었죠.


그래도 마음 한편으론 ‘혹시 아프면 악기라도 팔아서 치료해주자’는 다짐 정도는 있었어요.

그런데 착한 갑순이는 함께 있는 13년 동안 단 한 번도 크게 아픈 적이 없었어요.

성격은 늘 밝고, 순하고…

우울증 약을 먹으며 겨우 버티던 저에게, 그 애는 늘 웃음을 줬습니다.


하지만 저는 갑순이에게 그렇게 잘해주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차에 태워 좋은 데 데려간 적도 없고,

애견 카페나 여행도 거의 없었죠.


이런 제가 갑순이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비록 좋은 글솜씨는 아니지만, 단 한 사람에게라도 **‘우리 갑순이’**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람을 정말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산책할 때마다 마주 오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벤치에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하던 그런 아이였죠.


그런데 전 일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웠고, 갑순이는 혼자 있는 날이 많았어요.

그게 가장 미안하고,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사고 아닌 사고로 무지개 다리를 너무 갑작스럽게 건넌 탓에,

아직도 마음 한켠이 비어있고, 내 자신이 많이 미워요.


지금도, 내일도, 다음 주도, 다음 달도, 아마 내년에도

이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 마음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갑순이를 생각하며, 유기견을 돕는 봉사나 소액 기부라도 조금씩 하며 지내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더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갑순이의 나이쯤 된 요키를 입양해, 다시 정을 주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갑순이를 완전히 잊는다는 건 아닙니다.

갑순이를 닮은 어떤 존재를 통해, 사랑을 이어가고 싶은 거예요.


길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아기 몇 살이에요?” 하고 말을 거는 저를 보게 됩니다.


참, 저는 2010년 4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정신과 약을 복용해왔어요.

조금만 호전되면 의사 선생님은 약을 줄여보자고 하셨지만,

그땐 절대 안 된다고 버텼죠.


그러다 어느 날, 스스로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고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노력해서 결국 약을 끊어낼 수 있었어요.

약을 끊은 지 1년이 막 지나던 시점에,

갑순이는 제 곁을 떠났어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갑순이가 자기 할 일 다 끝냈다고 생각해서 떠난 건가…”


자연스럽게 유기견들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아주 못돼먹은 인간들에 의해 고통 속에 살아가는 유기견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나이 들고 병들었다고 쉽게 버리는 사람들부터,

지옥 같은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나 고통받는 아이들까지…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지만, 여기선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바랄 뿐이에요.

사람들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들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언젠가는 꼭 오기를요.


그리고 그 세상을 향해,

저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혹시나 이 글 *〈우리 갑순이〉*를 읽고 공감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떤 분은 ‘저렇구나…’ 하고 조용히 넘기셨을 수도 있겠지만,

그조차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혹시 아직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면…

계산적이지 않고, 순수한 사랑이 어떤 건지 한 번쯤 느껴보고 싶다면,

꼭 한 생명과 함께 살아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 아이는

당신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들어

어느 날엔 당신의 삶 전체가 되어 있을 테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