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앞으로 더 같이 이렇게만 살자
제9화 앞으로 더 같이 이렇게만 살자
간단하게 짐을 챙겼다.
속옷과 읽기 편한 책 두어 권 정도를 종이백에 넣었다.
허지훈 대리에게 전화를 해서 대충 둘러대며 한 달 정도 쉬겠다고 했다.
어차피 정직원이 아니라서, 쉽게 넘어가게 됐다.
푸름이 형에게 전화하여, 갑순이를 부탁했다.
기꺼이 맡아준다고 했고, 쾌유를 빌며 잘 다녀오라는 대답을 들었다.
입원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면서 별의별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에 난 이렇게 추락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하지만 선택사항이 따로 없었다.
짧게만 입원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입원 절차에 따라 인적사항을 적었다.
그리고 담당 선생님과 간단하게 상담을 했다.
병원 직원의 안내를 받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입원 환자들이 보였다.
입원 병동은 다른 병원과 약간 달랐다.
흰색에 하늘색 같은 페인트칠은 여느 병원과 비슷했으나…철창이 있었다. 군 복무 시절 영창을 7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분위기와 꽤 비슷했다.
입원 병동을 관리하는 사람을 보호사라고 부른다.
보호사는 나에게 커다란 바구니를 건넸다. 그 바구니에는 환자복이 담겨 있었다.
“가져온 짐은 그 바구니에 넣고요. 입원복으로 환복하고 따라오시면 돼요.”
가끔 폐쇄병동의 환자들을 인권을 유린한다는 뉴스를 접하곤 했다.
이곳은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이 폭력을 쓰게 된다고 한다.
나에게도 그런 폭력이 행해진다면, 참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여럿이서 한꺼번에 달려들 텐데,
저 보호사들을 다 이길 수 있을까…
입원복으로 환복하고선 커다란 바구니에 있던 개인적인 물건들은 모두 가져가 버렸다.
휴대폰도 모두 가져가 버렸다.
그것이 폐쇄병동의 룰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을 빼앗겨 버렸다.
나는 입원을 이제 막 한 환자다. 그래서 기존 병실에 자리를 배정받기 전 하루 정도를 따로 혼자 지내게 했다.
키가 크고 짧은 머리가 단정하게 정리된 안경 쓴 보호사가 나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마셔요. 맛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궁금한 거 있으세요?”
“딱히요…”
“준혁 씨가 조금 놀란 거 같아서, 이렇게 왔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제한적인 것들이 많네요.”
“어쩔 수가 없어요.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 줄 몰라서요…”
나는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병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준혁 씨,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사연이 있고, 그래요…”
“환자 중에 아주 어린 친구도 한 명 보이던데…”
“저기 여자 병동에 가보면, 연예인같이 예쁘신 분들도 계세요. 여기서 지내시다 보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이상한 곳도 아니에요. 여기도 사람 사는 데고요…”
“이런 병원엔 다 정말 미친 사람들만 있는 거죠?”
“여기 하루 적응 때문에 혼자 계시는 거고… 내일이면 호실에 자리 배정받으실 거예요.. 지내시다 보면 아실 텐데… 멀쩡한 분들도 많이 계세요.”
“멀쩡한데 여길 왜 오죠?”
“술 때문이죠…”
“술이요? 술 때문에 여기에 오기도 하나요?”
“스스로 오신 분들도 계세요… 이곳이 제한적이라… 자유로운 밖에서는 술을 자꾸 먹게 되니까요.”
보호사 말대로 정말 멀쩡한 사람들도 꽤 많아 보였다.
밥을 먹을 때면 반찬과 국 같은 것을 퍼주는, 그런 봉사활동 같은 것을 하는 환자가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보통 스스로 입원을 하는 경우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술을 먹고 행패를 부려 가족들에 의해서 강제로 끌려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10% 정도가 정말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이었다.
하루 종일 휴대폰 쥐고 살았는데, 휴대폰 없이 살려니 무척 답답했다. 철장이 영창 갔을 때랑 똑같다 생각했는데, 하는 일도 없이 멀뚱멀뚱 있는 것도 똑같았다.
저녁을 먹고 다시 병상에 앉아 허공을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
나에게 믹스커피를 줬던 보호사가 다시 나에게 왔다.
“밖에 나가서 다른 보호사님 만나 뵈세요. 잠깐 준혁 씨를 보고 싶다고 하시네요.”
“네? 저를요?”
“뭐 큰일 아니니까 가보셔도 돼요.”
임시 입원실을 나와 보호사들이 일을 보는 방엘 들어갔다. 나이가 50대 정도로 되는 사람이었다.
“거기 앉아요.”
“네.. 저를 왜요?”
“커피 드시죠?”
“네.. 그런데 저를 왜요?”
“아, 오늘 새로운 환자가 있다고 해서, 인적사항을 보니까 나랑 동향이라서 반가워서 보자고 했어요.”
“보호사님도.. 대전이신가요?”
“네, 저도 거기서 왔어요. 반가워요.”
여유로운 미소가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나에게 종이컵에 커피를 타서 건넸다.
“준혁 씨가 또 여기 오늘 처음 오셔서 많이 놀랐다고 해서, 진정 좀 시켜드릴까 해서 불렀어요.”
“아니요.. 좀 여기가 낯설긴 하네요..”
나이가 지긋한 보호사와 편하게 이야기를 길게 했다.
이야기 도중에 살던 동네 이야기도 나왔다. 건물 이름 하며, 여러 가지를 아는 걸 보니 정말 같은 동향 사람이 맞았다.
“준혁 씨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저기.. 제가 mp3 플레이어를 가져왔는데, 그건 좀 가지고 있으면 안 될까요?”
보호사는 내 아이팟을 가져와서 한참을 본 후 나에게 건네줬다.
“카메라 기능이 있는 거 같은데, 내부에 사진 촬영은 금지예요. 퇴원하실 때 검사 같은 거 할 테니까 조심해주시고요.”
“감사합니다.”
보호사님의 배려로 나는 아이팟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친 후 나는 다시 임시 병실로 돌아왔고, 누워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창밖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이팟 터치의 메모장 기능으로 오늘의 기분을 간단하게 적었다…
“나 이제 막장 되는구나…”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이 무척 낯설었다.
다른 것도 아닌, 폐쇄병동… 그러니까 흔히들 정신병원이라 불리는 곳에 내가 있다.
갑순이가 생각났다.
“잘 있을까?…”
이어폰에서 계속 음악이 흘러나왔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슬픈 아픔」이라는 노래였다.
뮤직비디오에는 지금의 나같이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정신분열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영상이 나온다… 가사도 그런 가사다…
순간 눈물이 흘러 내 뺨을 적셨다.
“갑순아… 아빠가 여기서 빨리 나갈게…”
밤이 되어 취침 시간이 되었다.
보호사는 환자마다 약을 한 알씩 나눠주었고 나에게도 약을 주었다.
약을 먹고 나서, 보호사는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입을 벌리라고 시켰고, 약을 삼켰는지 검사를 하였다.
나에게 다가온 보호사 앞에서 입을 열어 약을 삼켰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복도에 불이 꺼졌고 내가 있는 임시 병실도 불이 꺼졌다. 나는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서,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었다.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자들 중 일부가 국과 반찬들을 퍼주기 시작했고, 그렇게 다들 식사를 하게 됐다.
나에게 식판이 왔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의사가 오더니 약을 나눠주었고,
입안을 확인 후 삼켰는지만 확인하고 갔다.
폐쇄 병동의 아침은 이렇게 바쁘게 시작된다.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씻고 나서 병상 침대로 왔다.어제 나에게 처음 커피를 타준 보호사가 와서 나에게 말을 했다.
“오늘 병실 지정받으실 거예요.”
“아.. 저기, 휴대폰을 반납을 했는데, 외부에 전화 같은 거 할 수 있을까요?”
“복도 보시면 공중전화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나는 지정받은 호실로 자리를 옮겼다.
병실은 나를 포함해서 4명이었다.
옆자리에는 머리가 백발이 된 할아버지가 계셨다.
“어제 왔어?”
“네… 잘 부탁드릴게요.”
병실 사람들은 모두가 표정이 건조했다.
“저.. 복도에 전화 좀 하러 갈게요.”
“부모한테 전화하는 거면…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
“네…”
내가 가족들의 신고로 강제로
끌려온 걸로 보였나 보다. 투명스럽게
대답을 하고서 나는 공중전화로 가서
푸름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형, 나 준혁이요.”
“오 그래, 하루는 어떻게 잘 지낸 거야?”
“아 뭐 잘 지내고 말고가 어디 있겠어요?”
“야, 목소리가 죽어가는 목소리는 아니네!”
“크크, 내가 죽으러 왔나? 암튼 갑순이는요?”
“갑순이는 잘 있을 거야. 와이프도 예전에 강아지 키워봤거든.”
“형, 미안해. 강아지 맡겨서요…”
“됐어, 임마. 잘 낫고 돌아오면 되는 거지.”
푸름이 형은 미안해하는 나를 오히려 진정시키려는 게 보여서 더 미안했다. 음악하면서 새카만 촌놈인 나에게 무척 다정했던 형이고, 공연 때도 무대에 더 서게 해주려고 했던, 그 다정한 형이 지금도 나에게 무척 좋은 형으로서 나를 안심시켜주고 있다. 너무 고맙게도…
그렇게 간단한 통화를 마친 후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아직은 병실 안의 사람들과 어색한 게 많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음악만 듣기 시작했다.
우울한 노래들만 골라서 들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시간들을 돌아봤다.
싸웠던 친구들부터 해서 병원에 입원하기 전 갑작스레 돌변한 나의 모습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
지금의 내 모습을 유진이가 알게 된다면…
진경이가 알게 된다면… 고소해할까, 안타까워할까?…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환자 한 명에게
보호사 두 명이 달라붙어 제압을 하고 있었다.
“아 저 녀석 또 말썽을 피우네.”
“무슨 일이에요?”
“보면 몰라? 난리를 피우니까 푸닥거리 하는 거지.”
3층 병동에서 사고를 많이 치는 환자인데,
저런 환자가 생기는 경우 보호사들이 물리적으로 제압 후 병실로 끌고 가서 잠시 묶어둔다.
백발의 어르신은 이곳 병동에 오래 있던 사람이다.
정신적으로 큰 문제는 없는데, 알코올 중독으로 가족들에 의해 강제로 입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 처음 했던 말이 부모님에게 잘못했다고 빌라고 했던 것이다.
나는 흡연실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다시 공중전화로 갔다. 푸름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수화기로 전달된 형의 목소리는 뭔가 불안한 목소리였다.
“준혁아, 갑순이가 밥을 안 먹어.”
“네? 사료를 안 먹어요?”
“데리고 온 첫날이야 그런가보다 했는데, 3일이나 지났는데, 사료를 전혀 안 먹네…”
“그럴 리가요. 갑순이가 얼마나 식탐이 많은데…”
“병원에도 데려갔는데 특별히 이상 있는 곳은 없다는데…”
“형, 시저나 다른 간식 같은 거 줘봐도 똑같아요?”
“하… 그런 걸 안 줘봤겠냐…”
“아니.. 저기.. 3일이나 굶었다는 건데…”
“물은 조금씩 먹긴 하더라…”
“형, 조금 신경 좀 써주고 부탁 좀 드릴게요.”
“그래. 와이프랑 같이 잘 돌볼게. 괜히 너 걱정시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에요. 형, 사료를 물에 한번 불려서 줘보겠어요?”
“그래.. 알았어. 어떻게든 해볼게. 일단 치료 잘하고 있어.”
마음이 놓이진 않았지만,
갑순이가 그동안 나하고만 지냈고
나와 떨어진 적도 없었다.
아직 낯설어서 그러겠거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있다가 배가 더 고파지면 사료를 먹을 것이라 생각했다.
걱정은 됐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병원에서의 생활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TV를 보거나,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는 게 다였다.
약을 먹을 시간이면 나눠주는 약을 입에 넣고
보호사나 의사에게 입을 벌려 삼켰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들이 다였다.
나는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아이팟으로 음악만 듣는 것이 하루 일과이다.
랜덤 플레이로 설정을 해놓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래퍼 산이의 「맛좋은 산이」가 흘러나왔다.
꽤 즐겁고 빠른 템포의 노래다.
우울한 기분에 듣기에는 안 어울렸지만,
며칠 동안 어두운 노래만 들어서인지, 래퍼 산이의 노래가 꽤 맛있게 들렸다.
“맛 좋은 산이… 쩝.. 맛있네…”
과연 이런 식의 입원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루 종일 갇혀서, 약만 먹고 빈둥빈둥 대는데…
그렇게 다시 이틀이 지났다. 반복되는 같은 루틴…
마음 편하게 지내기에는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때 밥 주고, 이발도 봉사 활동가들이 와서 잘라주고,
모든 걸 놔버리고 살기에는 이곳만 한 곳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갑순이는 밥을 잘 먹을려나…?”
공중전화로 가서 푸름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준혁아…”
많이 힘이 없는 목소리였다.
“네, 형. 갑순이는 잘 있죠? 아직도 밥 안 먹어요?”
“…응… 아직…”
“네? 밥을 여태 안 먹었어요?”
“그러게… 몇일짼지… 아직도 밥도 안 먹고 구석에 들어가서 웅크리고만 있네…”
“정말 밥을 안 먹는다구요?”
“그래. 그나마 처음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구석으로 들어가서 움직이지도 않네…”
마냥 병원에서 팔자 좋게 시간을 보내는 걸
할 수가 없었다. 며칠째 밥을 안 먹어서
몸에 힘도 없다는 말에 눈앞이 다시 깜깜해졌다.
“형, 내가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보호사에게 빠른 걸음으로 재촉했다.
“보호사님, 저 퇴원 절차 좀 밟을게요.”
“퇴원이요?”
“네.. 뭐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된 거 같아서요… 밖에 일을 봐야 할 것도 있고요.”
“잠시만요… 퇴원은 일단 선생님에게 보고를 드려야 하고요…”
“빨리요… 좀 급합니다.”
“준혁 씨 같은 경우는 잠깐 외출이나 외박이 가능하세요…”
“아니요.. 그냥 퇴원을 하고 싶습니다.”
“네.. 일단 병실에 계시면, 다시 알려드릴게요.”
폐쇄병동에서는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환자들 한해서, 외출·외박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갑순이가 어딘가 아프다는데, 외출 외박 따위로 한가하게 갔다 다시 돌아오고 하는 여유를 부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병실과 흡연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보호사를 기다렸다.이윽고 보호사는 병실 문 앞에서 나에게 손짓을 했다.
“송준혁 환자님, 퇴원 희망에 대해서 보고를 올렸고요.
내일 아침에, 담당 의사 선생님과 면담 후에 퇴원 절차 밟으시면 될 것 같아요.”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 곧바로 푸름이 형에게
전화로 퇴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담당 의사와 면담을 가졌다.
담당의사는 나의 상태를 꼼꼼히 살폈고,
퇴원 후 약을 절대 맘대로 끊지 말라는 당부도 했었다.
보호사에게 내 물건이 담긴 커다란 바구니를 받았다.
옷을 최대한 빨리 갈아입고서, 밖을 나섰다.
밖을 나서기 전 나에게 친절하게 해줬던 보호사님 두 분에게도 감사하단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부터 잡았다.
“기사님, 용산으로 빨리 가주세요.”
용산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내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퇴원 전, 담당의사가 하는 말이…
내가 기존에 먹던 약을 내 맘대로 끊는 바람에 상태가 악화된 것이라고 했다.
내가 섣불리 행동만 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들이었다.
도착 후,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
“어서 와, 준혁아.”
푸름이 형 집에 들어섰다.
걱정이 가득한 형수님과 푸름이 형이 보였다.
갑순이는 커튼 밑 어두운 곳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주 작게 갑순이를 불렀다.
“갑순아~.. 갑순…!”
갑순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나에게 천천히 왔다.
며칠을 굶은 탓일까…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흔드는 꼬리에도 힘이 없어 보였다…
내 앞에서 배를 보이며 뒤집는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미안해서
갑순이를 천천히 들어 껴안았다.
“갑순아… 아아…”
내 눈에는 다시 비가 내렸다…
갑순이 옆에 놓여진, 사료가 담긴 그릇이 보였다.
손으로 한 웅큼 쥔 다음 갑순이 입 앞으로 갖다 댔다.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드득… 드득… 사료가 씹히는 소리가 들렸다…
형수님과 푸름이 형은 그제서야 안심하는 듯 “어휴~”라는 탄성이 나왔다.
“갑순이는… 니가 자길 버린 줄 알았나보다…”
“네… 그렇게 생각했어서…
이렇게 풀이 죽어 있었나 봐요…”
나는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갑순이에게 너무 미안했고,
그 미안함 속에 느끼는 바가 많았다.
푸름이형과 형수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갑순이를 안고 그대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집에 도착해서, 갑순이에게 시저를 하나 따서 줬다.
- 챱챱챱
아직 허기가 가시지 않았던지, 시저를 허갑지겁 먹는다.
시저를 다먹은 후 나를 빤히 보는
갑순이를 다시 안았다.
“갑순아… 아프지 말고 아빠도 안아플게… 앞으로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