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인플레이션 #자본주의 생존 방식
인플레이션을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자장면 값이다. 내가 어렸을 때 먹었던 자장면은 한 그릇에 1,500~2,000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위의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서울 자장면 한 그릇은 6,800 원 정도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 먹었던 자장면에는 고기도 넉넉하고, 삶은 계란도 컸던 것 같은데, 2023년에 먹는 자장면은 고기와 계란도 넉넉하지 않다.
과거에 비해 재료가 줄어든 것을 보면 6,800 원보다 자장면 값이 더 올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생각이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팍팍하게 만드는 물가가 떨어질 수 있을까?
물가가 떨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가가 떨어지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소비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지 않는다. 그 결과,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팔지 못하고 재고가 쌓인다.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팔리지 않으니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지 않는다. 그 결과,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줄어든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경제침체가 오고, 심해지면 경제 공황까지 올 수도 있다.
정부나 중앙은행은 경제 공황이 오기 전, 상황을 진화한다. 시장에 돈을 풀고, 기업과 임금 노동자에게 다양한 형태로 돈을 뿌린다. 그렇게 시장에는 다시 돈을 돌고 경제는 살아난다.
사실상 한번 올라간 물가는 웬만하면 떨어지지 않는다.
라면을 예로 들어보자. 라면 가격이 오른다. 그러면 라면 기업은 실적이 증가할 것이다. 라면 기업의 실적이 늘어나면 이를 주주와 직원에게 나누어준다. 주주들은 배당금이 늘어나고, 직원들은 임금이 오른다. 당신은 라면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다. 계속 라면 기업에 근무할 것이라면 라면값이 떨어지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라면 가격이 떨어지면 실적이 떨어져 애써 올랐던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올랐던 임금을 줄여 받고 싶지 않다. 처음부터 임금이 안 올랐으면 몰라도 한번 올라간 임금을 다시 줄인다고 하면 이를 거부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올라간 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품 연구 개발과 마케팅에 힘을 쓰면 썼지 라면값이 다시 떨어뜨리고 싶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자본주의가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것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자본주의가 돌아가려면 결국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다.
서울 자장면 한 그릇은 시간이 지나면 10,000 원을 넘어간다. 그 시기가 되어 누군가는 주머니 사정이 더욱 팍팍해져 세상을 원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 살기로 한 이상 적응해나가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익을 보는 사업을 하든지, 인플레이션 이상의 수익을 얻는 투자를 하든지 하나는 해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생존자의 사고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