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의 시<겨울숲> (Feat.투자와 연결성)

#문학작품읽기 #클래식FM #에리히 프롬 #삶의 철학 #통찰력배우기

by 로스차일드 대저택

며칠 전 문득 KBS 클래식FM에서 흘러나오는 복효근 시인의 <겨울숲>을 만났습니다.



겨울숲


- 복효근 -


잎을 다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나무는 나무가 된다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빈 몸뚱어리

그러나 보라

그 비어 있는 몸뚱어리 속에

얼마나 뜨거운 수액이 흐르고 있는가를

겨울 숲을 지나며

나는 보았다

나무들이 저마다

제 안에 가장 뜨거운 불씨 하나씩을

품고 있는 것을

그 불씨로

나무는 눈을 녹이고

얼어붙은 땅을 녹여

기어이 봄을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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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선율 사이로 흐르는 시구는 제 마음을 깊게 건드렸습니다. 시인은 "잎을 다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나무는 나무가 된다"라고 말합니다. 화려한 외면을 다 덜어내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 나무를 보며, 저는 역설적이게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생명력을 느꼈습니다. 그 비어 있는 몸뚱어리 속에는 봄을 밀어 올리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수액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들은 최근 제가 읽고 있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속 구절들과 묘하게 겹쳐졌습니다.

32485479344.20231003084415.jpg 에리히 프롬 / 출판사: 휴머니스트



프롬은 인간이 자아를 자각하며 독립적인 존재가 될수록, 필연적으로 고립감과 무력감에 직면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를 얽매던 것들로부터 벗어난 '자유'는 달콤하지만, 동시에 광막한 우주에 홀로 던져진 듯한 공포(혹은 FOMO)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이 고립감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은 다시 권위에 복종하거나 남들과 똑같아지는 길을 택하며 '자유로부터 도피'하곤 합니다.


하지만 프롬은 또 다른 길을 제시합니다. 자아를 유지하면서도 타인 및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적극적인 자유'입니다. 그것은 사랑과 일을 통해 세계와 자발적으로 관계를 맺는 일입니다. 저에게 그 '적극적인 자유'의 실천은 바로 글쓰기와 투자라는 두 줄기의 길로 흐르고 있습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고독과 연결이 정교하게 버무려진 과정입니다.


시 속의 나무처럼 저 또한 고요한 방에 홀로 앉아 내면의 소음을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고독의 방에서 길어 올린 사유가 나 혼자만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울림으로 닿을 것이라 믿는 순간, 저의 고독은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가 됩니다. 나를 나답게 세우는 행위가 타인의 삶에 온기를 보태는 '연대'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결의 감각은 제가 추구하는 투자 철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많은 사람이 투자를 숫자의 변동에 대한 베팅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믿는 투자의 본질은 다릅니다. 주식을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가격에 돈을 거는 행위가 아니라, 기업의 소유권을 나누어 갖고 그 안에서 숨 쉬는 사람들의 노력과 비전에 나의 자본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기업이라는 거대한 나무가 겨울을 견디며 수액을 길어 올릴 때, 주주로서 저는 그들의 인내와 성장을 믿고 기다려줍니다. 나의 자본이 그들의 열정과 결합하여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낼 때, 투자는 단순한 자산 증식을 넘어 '함께 봄을 밀어 올리는 동행'이 됩니다. 결국 투자는 신뢰를 매개로 세상의 유능한 온기들과 연결되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인 셈입니다.


(*저의 투자 철학 위에서는 투자한 기업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유행에 따라 슈퍼스타 주식으로 쉽사리 바꿀 수 없습니다.)


결국 삶이란, 독립된 개별자로서 단단히 서되 결코 고립되지 않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 숲의 나무들이 저마다 뜨거운 불씨를 품은 채 서로의 눈을 녹여주듯, 우리도 각자의 고독한 방에서 정갈한 철학을 가꾸며 서로에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저의 글쓰기가, 그리고 투자가 누군가의 얼어붙은 땅을 녹이는 아주 작은 불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각자 서 있지만, 보이지 않는 뿌리로 연결된 거대한 숲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연결에 대한 감각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추운 겨울 속에서도 기어이 따뜻한 봄을 맞이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흘러간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행동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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