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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마녀 Feb 23. 2024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우니 생겨나는 일

축적의 힘에 기대어 시간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은 쥐어짜 내듯 없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갰습니다. 다음은 남들 따라 덩달아, 하라고 하니까 했지요. 나중에는 그저 좋아서 내 방식대로 채웠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미라클모닝.

저는 미라클모닝이란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살아오면서 그다지 저에게 '미라클'이라고 할만한 일은 없었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도파민이 수시로 오르내리는 사람인터라 동기부여나 감화는 참 빠른 사람이기도 합니다. 


20대 <아침형 인간>이란 책을 보고 '이거다'싶어 바로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난 저였거든요. 이틀 갔던가요? 나하고는 맞지 않는다 싶어 접었죠.






시간이 흘러 마흔을 코앞에 두고서야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덜컥 겁이 났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겠지요. 


하루 11시간 장사하는 아들 셋 엄마가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공부하려면 새벽밖에는 답이 없었습니다. 원래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고수한 채 새벽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려고 하니 버거웠죠. 


없는 시간을 쥐어짜냈습니다. 당연히 힘들기만 했죠. 포기할 법도 한데 '부자'라는 단어가 그렇게도 발목을 붙잡더라고요. 



멘토가 '새벽기상'과 '독서'때문에 자신이 월 천만 원 세팅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 부자가 되었다길래 저도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남들 따라 바인더를 쓰고 책을 읽고 필사를 했습니다. 매일 해도 당장 큰일이 생겨나지 않으니 이게 맞는 건지 의심이 들더라고요. 


이게 아니다 싶을 즈음 멘토에게서 목표는 증명해 내는 것이라는 말을 접합니다. 남들이 깔아놓은 비단길만을 가려했던 내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구나 싶어 나의 길을 가기로 하죠. 


의심 집어치우고 말이에요.





저만의 새벽을 채우기로 합니다. 새벽시간을 보호해 주기 위해 일찍 자기 시작했죠.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모두 같이 당겨주어 수면시간의 총량을 지켜주려 했어요. 



시간의 경계를 세운 뒤 기계식 루틴을 장착했습니다.



새벽 3시, 눈을 떠서 책상에 앉기까지 몸과 머리를 깨우는 워밍업 시간을 가지죠. 알람이 울리면 두 번 세 번 볼 것 없이 그냥 일어나야 해요. '더 잘까' 등의 생각이 드는 순간 지고 말거든요. 


방 밖으로 나와 아이들 방에 들어가 이부자리를 정리해 준 뒤 거실로 나와 물 한 잔 마십니다. 식기세척기 속 그릇을 정리하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뒤 커피를 내려 책상에 앉아요. 


워밍업시간은 30분.  
그 사이 나의 몸과 머리는 온전히 새벽을 채울 준비를 마칩니다. 



책상에 앉아 제일 먼저 손에 잡는 것은 스케줄러입니다. 하루의 시간을 미리 눈에 보이게 세팅하죠. 오늘 하루에 내가 해야 할 일의 시간견적을 내줍니다.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겠지만 하루가 어떻게 채워질지 예측가능하게 만들어요. 과하게 시간을 테트리스하듯 끼워넣지도 않습니다. 


20분간 시간견적을 낸 뒤 손에 잡는 것은 책입니다. 


매일 하루 30페이지는 최소 읽으려 하고 있어요.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페이지도 접고 제 생각도 여백에 빼곡히 적어봅니다. 빨리 읽으려는 마음보다 하나만이라도 남기자는 생각으로 책을 읽지요. 밑줄도 긋고 형광펜으로 마킹도 하다 보면 그 자체로도 마음에 드는 독서가 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계부와 경제신문을 잡습니다. 어제 지출내역을 적고, 매일 트래킹하는 경제지표도 함께 적어줘요. 


경제신문을 펼쳐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훑어본 뒤 마음에 드는 기사 하나를 골라 정독합니다. 내용을 이해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하루 만에 기사 하나를 어떻게 머리에 쏙 이해하겠습니까. 대신 기사를 고른 이유를 반드시 적어주지요. 


축적의 힘에 기대어 매일 기사 하나씩 쌓아갑니다. 



그리고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보너스 시간이 생겼기에 그저 감사해합니다. 그리고 선물 받은 여유의 시간에 글을 쓰거나 남편과 이야기를 좀 하거나, 아니면 그날의 새벽에 대한 기록을 하지요. 



이 모든 새벽의 루틴에는 생각을 배제한 채 기계식으로 흘러갑니다. 


한번 책상에 앉으면 졸리지 않더라고요. 커피 마시려고 새벽을 깨우던 것이 시초가 되어 새벽에 재미를 붙이기도 했던 저라서 더더욱 그랬을 수 있어요. 



■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커피를 내리는 여자 ■
https://brunch.co.kr/@richmoney/8



자는 시간보다 새벽에 깨어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웠던 그 새벽이 마냥 좋았습니다. 



행복했고, 피곤하더라도 에너지가 채워지니 잠을 자면 다음날 새벽에 다시 힘이 났어요. 하루 11시간 장사하면서도 기를 쓰고 새벽 3시를 깨운 것은 누가 새벽에 일어나라고 시켜서도 아니요, 그저 그 새벽이 참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벽에 무언가를 했으니 당연히 새벽에 대가를 요구한다면 새벽을 사랑할 수 없을 겁니다. 


그저 새벽이 좋아 그 새벽을 채우니 시간이 쌓여 나에게 성과라는 결과물을 안겨주더라고요. 




이제는 기를 쓰고 새벽 3시를 깨우려 하지는 않고 있어요. 다만 몇시에 일어나든 저의 새벽은 루틴기계라도 된 양 자동화된 시스템처럼 흘러갑니다. 




■ 부자마녀의 새벽엿보기 ■

https://youtu.be/VW4ieus4eBw?feature=shared




6년이 지난 지금도 위에서 나열한 새벽의 루틴을 그대로 고수할 수 있는 이유도 생각을 배제한 기계적 루틴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에요. 


아침형 인간이 되고자 새벽에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부자가 되고자 지금까지 새벽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새벽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우다 보니 어느새 7년째 눈을 뜨자마자 빼놓지 않는 일들로 새벽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시간이 쌓이니 그저 '나'라는 사람이 참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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