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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마녀 Apr 24. 2024

모두에게 같은 봄은 없습니다

저에게 봄은 아픔입니다.


꽃비.


벚꽃이 흩뿌려지는 날이면 으레 많이 나오는 단어입니다. 나무 밑에 앉아있노라면 흩어지는 벚꽃잎이 비처럼 내리더라고요. 맑은 날 내리는 여우비처럼.









꽃놀이가 한창이던 설렘 가득한 봄.


누구에게나 봄은 그러할 듯하지만 모두에게나 같은 봄은 없었습니다. 





저에게 봄은 아픔입니다. 


첫째 돌이 좀 지났을 무렵일까 저를 아끼셨던 친할머니께서 의료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허리 수술을 받고 병실에 누워있다가 시간 되어 맞은 링거 속 항생제로 다시는 할머니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급한 엄마의 목소리에 할머니 병원으로 향하던 길에는 마침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을 기념하는 행렬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죠.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에는 아픈 추억이 하나 더 얹혀있습니다. 




봄이 되기 직전, 청계천에서 장사하던 저를 찾아오셨거든요. 보청기 고치러 세운상가에 오신 길에 근처에서 장사하는 손녀 생각이 나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저희 가게를 찾아오신 거예요.




사실 손녀보다 더 보고 싶어 하셨던 첫 증손주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노인네가 청계천 바닥을 뒤지다시피 하면서 저를 찾으셨어요. 




유난히 저를 아끼셨던 탓에 제가 낳은 아이도 사랑해 마지않던 할머니.




하필 그날따라 아이를 집에 두고 나왔드랬습니다. 집에 계셨던 시아버님께 아이를 맡겨둔 채 장사하러 나왔거든요. 바로 집으로 모시고 가지 못했습니다. 하필 바쁜 점심시간이라 전화받고 배달준비해줘야 했거든요.




 할머니에게 조금 기다리셨다가 점심 장사 마치고 함께 가보시자 했습니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셨던 할머니는 당신이 거기에 있으면 일하는 사람들에게 걸리적거린다며 일어섰습니다. 제 앞치마 주머니에 당신이 먹으려고 숨겨둔 호박엿 사탕 하나 찔러 넣어주시면서 말이죠.




그 이후 찾아온 봄,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단 소리에 그때 그냥 할머니 붙잡을걸.. 하는 후회가 가득했어요. 







소식 듣고 헐레벌떡 찾아간, 침대 위에 누워있는 할머니의 피부는 보랏빛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계셨어요. 




무슨 용기에서였을까. 할머니 손을 꼭 잡아드렸습니다. 아직 손은 따뜻했어요. 원래대로라면 겁이 많아 손잡는 것은 꿈도 못 꿨을 텐데,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아 손을 잡아드리고 좋은 곳에서 편히 계시라 속삭여드렸습니다. 







여전히 제게 봄은 아픔입니다. 




허나, 아픔의 색은 점점 옅어지고 이제야 벚꽃의 화사한 분홍이 제 눈에 들어오네요. 아직은 나에게 다가올 봄이 더 많기에 계속 아프게 맞이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똑같이 잘 쓰는 글은 존재하지 않지요. 각자의 경험이 더해져 다가올 글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봄이 찾아오지 않음을 알고 나서야 나에게 다가온 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듯이, 일단 한 줄이라도 내 생각을 글로 쓰고 나서야 나에게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겠지요.




모두에게 같은 봄은 없습니다. 

모두에게 같은 경험은 없습니다. 




내 삶을 글로 꺼내 나의 세상과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금 쓴 한 줄의 글이 나만의 봄을 만들어줍니다. 오늘 쓴 한 편의 글이라야 작가라는 나만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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