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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진 Apr 08. 2024

ep. 14 그리니치 공원, 그 전에 블랙히스

넓디 넓은 녹지에 빠지다

#사진을 클릭하면 커져요!
#그리고 다시 누르면 작아져요!



어제 밤, 자기 전에 사용한 맥신의 마스크팩 때문인지 얼굴이 촉촉하다.

는 느낌과 함께 일어났다.

혹은 잠을 잘 잤거나.



빵 + 바나나 + 라즈베리 잼 + 우유 = 행복
아침을 먹으며 즐기는 런던의 아침 한 조각
식후 커피 못 참지


식사를 마치고 외출 준비를 했다.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한 잔 들고 방으로 왔다.

아이스 커피를 마실 수 없는 것이 이곳의 유일한 흠.

유럽에서 커피라는 음료는 뜨거운 것이 디폴트값이다.


오늘 일정은 런던 동쪽의 그리니치 부근에서 시작된다.

유명한 그리니치 공원은 숙소 근처에서 버스로 1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라 이 근방에 머물면서 가지 않으면 분명히 손해다.

오늘은 그리니치에서 시작해서 북쪽 '카나리 와프' 지역까지 쭉 걸어서 이동하는 동선을 계획했다.

구글맵을 보며 동선을 그려보는데 그리니치 녹지 아래에 붙어있는 '블랙히스'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대단해 보이지도 않고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지만 결국 가보기로 했다.

나의 여행은 이런 식으로 사족이 붙고는 한다.


거대한 그리니치 공원과 블랙히스
집을 나오면 보이는 모습. 날씨 왜 이렇게 좋아?
맥신네 뒷마당. 관리는 따로 안 하는 것 같다.
길을 건너 바라보는 맥신네. 한 지붕 아래에 두 가구가 붙어 있다. 출입문을 따로 쓰는 완전히 다른 가구.


런던에 도착하는 날 빼고는 완전히 맑디 맑은 날씨이다.

햇빛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나도 보고만 있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마음까지 뽀송해지는 기분이랄까.

선크림을 발랐지만 모든 자외선을 막아줄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집 안에 박혀있을 수는 없다.

나가야지 어쩌겠어?


Borough는 우리나라로 치면 '구' 같은 행정구역 단위로 보인다. 여기는 '루이샴 구' / 볕이 좋다.
버스를 타는 곳까지 걸어가는 루트. 좋은 산책 코스이다. / 근린공원 '브로드웨이 필즈'
작은 운하도 산챋을 함께 한다. / Waterlink way라는 이 운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 이 코스를 정복하는 트랙킹도 검토해봤지만 일정상 포기해야 했다.


그리니치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큰길까지 걷는 것을 선택했다.

좋은 날씨의 아침 산책은 사람에게 긍정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것 같다.

쾌조의 출발.


'브룩밀 공원'이 처음 나왔고, 길을 따라 걸으니 '브로드웨이 필즈'라는 공원도 나타났다.

알고 보니 이 작은 하천을 따라 계속해서 산책로와 공원들이 조성되어 있는 모양.

처음에는 자전거나 러닝으로 이 코스를 완주하는 계획도 재미있겠다 싶어 옵션으로 만들어두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길의 끝에 다다르니 버스를 탈 수 있는 큰 길이 나왔다.

생각보다 큰 도로였다.

머리 위로는 신식 모노레일 노선 'DLR'의 철로가 들어서있다.

'뎁포드 브릿지'역 근처는 현대적인 재개발지역 느낌이랄까.

저번에 들렀던 뎁포드 역도 그렇고 인접한 뉴 크로스 인근의 올드함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길을 건너 동쪽으로 향하는 정류장을 찾았다.

버스는 금방 도착했다.


아래에서 보는 2층 버스의 위엄. 높다.
현대적인 뎁포드 브릿지 역 인근
신식 버스 내부


'찰튼 웨이' 정류장에 내렸다.

내려서 길 건너가 블랙히스 방면이다.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넓은 부지의 잔디밭이 나타난다.

그리고 잔디밭 한 구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카니발.


버스에서 내리면 보이는


물론 국산 밴형 자동차, 아빠들의 자존심 '카니발'이 아닌 이동식 놀이공원인 'funfair'라고도 할 수 있는 카니발이다.

이렇게 큰 규모의 카니발은 본 적이 없다.

아니, 내가 카니발을 직접 본 적이 있기는 하던가?

누적되는 기억은 가물가물해져가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잔뜩 서있는 트레일러들.

영화에서 본 것 처럼 배우들이나 서커스 단원들, 카니발 물품들을 위한 것들이겠지?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나이트메어 앨리'가 떠올랐다.


나는 홀린듯 그쪽으로 다가갔다.


멀리서도 보이는 카니발 텐트와 놀이기구들, 그리고 트레일러들.
땅이 들어난 곳은 진흙창이다.
매표소이자 입구. 인당 2파운드.


마침 펜스 밖에 공용화장실로 트레일러 형태의 임시 화장실이 있어 이용했다.

화장실 안에도 서커스 홍보물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사진은 실제 서커스 장면으로 보인다.


서커스단 이름이 '지포스'?


카니발 구역을 지나면 드디어 블랙히스가 보인다.

저 멀리 뾰족 교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넓은 녹지에 소풍을 나온 사람들은 몇 없었다.

마침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이 근처에 지나가 블랙히스가 어떤 곳인지 물었다.

답은 심플했다.

그냥 사람 사는 동네.


나는 블랙히스 탐험의 반환점을 저 교회로 지정하고 걷기 시작했다.

후딱 찍고 돌아오자고.


Pointy Point
조금 더 다가가면 마을이 가까워지며 사람들도 많아진다.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가족
드디어 도착


이곳은 아마... 그냥 동네 교회였다.

목표를 이뤘다는 만족감과 함께 다시 뒤를 돌아 그리니치 공원으로 향했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 새로 건축한 건물의 통창과 프레임이 눈에 들어온다.
텅 빈 하늘을 가르는 제트기 한 대
입구의 아이스크림 카를 지나면
유명한 '그리니치 공원' 입구가 나타난다.


그리니치 공원의 메인 입구에 도착했다.

앞에 주차된 아이스크림 카가 보였다.

카니발과 마찬가지로 서양 영화에서 주로 보이는 아이템.

벤츠의 밴을 사용하는 아이스크림 카는 휴업중이었다.


차들도 이용하는 큰 입구를 통과해 그리니치 공원으로 들어섰다.


런던에 완연한 봄
그곳에서 돋아나는 초록을 만끽한다.


입구에서 지도가 크게 그려진 표지판을 발견했다.

그 앞에 서서 빠르게 동선을 구상했다.

공원이 워낙 넓었던 터라 모든 곳을 마스터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의 장소들을 볼 수 있으면서도 동선의 낭비가 적은 루트를 하나 그렸다.


첫 장소는 바로 장미 공원 '더 로즈 가든'


더 로즈 가든
다양한 종의 장미들이 모인 장미 박람회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겨울이 막 지나고 이제 시즌 준비가 한창
장미 가든과 함께 있는 어떤 역사적 건물
입장료를 내고 입장할 수 있다. 내가 왔을 때는 영업하지 않았다.


조금 기대를 하고 온 장미 정원.

아쉽게도 장미 정원은 아직 시즌이 아니었다.

여기도 5월에 장미가 피려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장미 정원을 보여주기 위해 정원사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장미 정원 입구에 장미 종 별로 구획들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그 곳에 맞게 열심히 정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더 로얄 파크스'라는 국가 기관의 소속으로 보이는 이들은 따가운 땡볕에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주로 도시에서 살았던 내게 이런 정원 작업은 생소해서 지켜보는 맛이 있었다.

내가 일 하는데 누가 빤히 지켜보고 있다면 신경이 쓰일 것이 분명했기에 누가 되기 전에 자리를 피해주었다.


아마도 공무원 같은 그들
기념 사진

장미를 못 보았다고 실망마라!

장미 정원과 이어지는 벚꽃 길이 있으니!

라며 나를 달랬다.

그리고 대망의 벚꽃 길로 들어섰지만...

아쉽게도 그리니치의 벚꽃들도 아직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직선의 길을 따라 좌우로 늘어선 벚나무들의 가지는 횡했다.


아쉬운 마음에 벚꽃 길의 벤치 하나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블랙히스의 교회에서 받은 교회 월간지 한 부를 챙겼었는데 이렇게 사용할 줄이야.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는데 이웃 벤치에 홀로 앉아 계시는 아저씨가 보였다.

런던의, 그리니치의 벚꽃이 언제 피는지 물어봐야지.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날 나는 외로운 가장을 만났다.

아저씨는 대화가 고프셨는지 우리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곳의 역사와 몇 개의 관람 포인트들을 추천해주셨다.

대화를 하면서 이 아저씨가 모두가 일할 시간에 왜 이곳에 혼자 나와 계시는지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내 오지랖과 달리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시는 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사진을 남기고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작별을 했다.





ep. 1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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