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재건축된 건물의 감각적인 숙소로 이사하다
#사진을 클릭하면 커져요!
#그리고 다시 누르면 작아져요!
오늘은 이삿날.
정들은 맥신의 집을 떠나야 하는 날이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정이 들어버렸는지 떠나려니 짐을 싸는 손길에 아쉬움이 가득해 움직임이 뎌뎠다.
그래도 뭐, 가야 하면 가야지.
그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오늘 오전은 어떠한 일정도 잡지 않고 숙소에 남아 휴식, 그리고 짐 정리 정도를 하는 여유로운 스케줄이 되겠다.
아침 8시 30분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냉장고를 뒤져 어제 먹다 남은 부침개와 파인애플을 찾아 꺼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내 사랑 크루아상.
여전히 맛이 좋다.
식사를 마치고 일정이 없는 나는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그냥 휴식을 취했다고 하니 행태가 눈에 잘 그려지지 않을 수 있는데, 주말에 늦은 아침밥을 먹고 다시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는 여러분의 모습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10시쯤, 맥신이 없는 집의 유일한 사람인 나에게 보스가 방문했다.
도도도 발소리를 내며 다가와 문을 열심히 긁으며 노크하길래 결국 문을 열어주었다.
보스와 보내는 여유로운 오전 시간.
짐 정리와 외출 준비를 모두 마치고도 시간이 남았다.
숙소에 비치된 여행 서적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어 사진으로 메모를 했다.
시간이 지나 맥신이 오전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체크아웃 시간이 지났지만 집에 머무르다 다음 숙소 체크인 시간까지 쉬다가 가도 된다고 했다.
거기다 내 점심으로 치즈 샌드위치도 만들어주었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떠올리게 하는 비쥬얼.
감동의 선물은 이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오전에 외출을 하고 오면서 마트에 들러 내가 머무는 내내 아침으로 먹었던 공산품 크루아상 한 봉지를 구매해서 왔다는 것이다.
바로 내 선물로!
정말 감동을 받은 나는 이 집을 떠나기가 싫어질 정도였다.
마지막까지 그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떠날 수 있었다.
떠나기 전, 보스와의 이별이 아쉬워 함께 사진도 찰칵.
맥신과 작별하고 이사를 나섰다.
다음 숙소는 요즘 런던의 핫플로 뜨고 있다는 '페컴(Peckham)' 지역이다.
그것 외에는 큰 정보가 없는 곳이라 미지의 장소라고도할 수 있다.
숙소를 이곳에 잡게 된 것은 지역 때문이 아니라 숙소 때문이었다.
예쁜 집을 찾았더니 그 숙소가 페컴이 있더라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이동 경로는 버스를 이용해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큰 캐리어를 끄는 입장에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루이샴 근처의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이쪽 방향은 한 번 가본 적이 있으니 무서울 것이 없다.
오전의 버스는 한가했다.
짐이 있으니 1층을 이용했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위한 공간을 이용하니 이사하기 용이했다.
런던의 버스를 타다보면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객들이 한국보다 엄청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운이 좋게도 이사하는 동안은 만나지 않았다.
버스는 문제없이 길을 달려 목적지인 칼튼 그로브 정류장에 도착했다.
길을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목적지이다.
재건축 건물을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 다른 집들보다 눈에 확 띄는 모습이었다.
페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숙소를 예약할 때에는 그저 런던에서 트렌디해지고 있는 장소라는 정보만을 가지고 있었다.
비슷한 종류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쇼디치'를 뒤이어 핫해지고 있는 곳이래나.
그 정도까지 확인한 것으로 만족하고 바로 예약을 진행했었다.
실제로 와 본 이곳 페컴은 전형적인 흑인 동네였다.
뉴 크로스와 비슷한 분위기의 동네.
거리도 뉴 크로스와 멀지 않다.
바로 옆 동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그래서 버스로 단 번에 올 수 있었겠지.
도로로 약 1~2km 떨어져 있는 수준이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마을의 분위기도 비슷할 법도 하다.
에어비앤비로 런던을 횡단하는 컨셉을 잡았기에 이 점에서는 매우 적절한 숙소선정이었다.
뉴 크로스와 다른 점은 유색인종의 구성이 흑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뉴 크로스는 아랍계열도 많고 여러 유색인종이 섞여 있는 동네였다고 하면 페컴은 순도 높은 흑인 동네이다.
백인과 흑인이 한데 모여 사는 마을.
대로인 퀸즈 로드 부근만 다니다 핫하다는 소문의 주인공 '페컴 레벨' 근처인 라이 레인 길을 걸으면 뉴욕 할렘 분위기에 상당히 압도된다(물론 필자가 뉴욕에 가 본 적은 없다.)
90% 흑인인 거리를 다니고 있으면 지나치는 행인은 물론이고 가게의 직원들도 나를 흘끗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다른 인종이 서울 한복판을 걸으면 이런 느낌을 받았었겠지.
역지사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리고 겁과 상상력이 가득한 내게는 적당한 긴장감을 즐길 수 있는 동네이다.
숙소는 대로인 퀸즈 로드와 근접해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내가 이용한 버스 정류장 뿐만 아니라 근처에 전철 역도 멀지 않고 테스코도 가깝다.
위 사진과 같은 형태의 3층짜리 건물.
내가 렌트한 곳은 3층에 있는 아파트다.
한 층당 두 호수씩 집이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없었고 호실의 잠금장치도 열쇠도 돌려서 여는 방식의 것이다.
특이점은 마당이 이쁘게 조성되어 있다는 것.
귀족 저택의 것처럼 넓다고는 못할 정도이지만 벽돌길과 푸른 잔디들을 배경으로 서 있는 흰 건물은 아름답다.
호스트와 함께 거주하는 형태의 에어비앤비로 침실 2개 중 하나를 사용한다.
화장실도 2개가 있는지 집주인과 따로따로 사용할 수 있다.
거실 하나와 주방, 그리고 거실과 연결되어 있는 야외 루프탑 공간이 있다.
루프탑 테라스라고 하면 상당히 구미를 당기는 이름이지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구경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직전의 호스트인 맥신과 전혀 다른 타입의 호스트다.
호스트는 30대 남성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지내는 동안 체크인과 체크아웃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주칠 일이 없었다.
거실을 제외하면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아파트는 그 혼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여자친구가 놀러 온다.
디자인 하우스다.
고로 어디 트렌디한 거리의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감각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그 사진들에 반해서 이 집을 예약했으니 말 다했지.
그리고 실제로 도착한 이곳의 모습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진으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테리어 적으로는 흠을 잡을 수 없겠다.
그러나 흠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세세한 컨디션이다.
주방과 화장실 등 공용공간의 청결 상태가 썩 훌륭하지는 않다.
자연스레 첫 번째 숙소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주방 집기의 상태에 정말 사용하고 있나? 싶은 의문이 들었고, 화장실도 마찬가지로 디자인이 좋지만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비치된 비누나 샴푸들의 상태도 조금 의심스러운 정도.
첫 번째 숙소와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젊은 남자 호스트라는 점이다.
분명히 숙소를 고를 때 참고할 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 집도 개를 키우고 있었다!
종은 시바견으로 이름은 포켓몬스터의 이브이에서 따온 'Eevee'.
체크인을 하면서 잠깐 인사를 했다.
그런데 맥신의 보스와 비교하면 관리 상태가 상당히 뒤처지는 모습이다.
집도 그렇고 강아지에서도 호스트가 관리를 얼마나 하는 지 알 수 있다.
털은 여기저기 숭덩숭덩 털갈이 털이 묻어있고, 더욱 심각한 건 바로 구취이다.
보스는 꾸준한 털 관리와 양치로 이런 문제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개를 키운 경험이 없는 나는 개라면 다 보스처럼 깨끗한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맥신의 피나는 관리의 결과물이었고 모든 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기 와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재밌는 점은 이 새침때기가 잠깐 집주인이 자리를 비웠을 때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와 애교를 부리다가도 주인이 돌아오는 발소리에 화들짝 놀라더니 다시 뒷걸음질 치며 나를 향해 맹렬히 짖어댄다는 점이다.
그 모습의 감정과 의도가 너무도 선명해서 웃음이 났다.
바람피우다가 애인에게 들키는 것처럼 곁눈으로 주인이 오는 것을 확인하면서 짖는데 그 모습이 정말 사람과 같아서 너무 귀여웠다.
녀석이 나와 바람을 피며 애교를 피울 때 잔뜩 핥아대어 침범벅이 된 내 손은 그 구취로 인한 침냄새 때문에 비누로 깨끗하게 씻어야만 했다는 후문은 이브이 몰래 여기에만 남겨두겠다.
ep.26, 숙소열전 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