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밝은 햇살 아래, 아침의 페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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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침대에서 눈을 떴다.
다행히 새 침대에도 잘 적응했는지 그럭저럭 괜찮은 수면시간이었다.
오늘도 역시 날씨가 좋다.
방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예쁜 방을 더욱 예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런던 누가 날씨 안 좋대!
아침식사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숙소라 밥은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그래도 어제 체크인 과정에서 호스트가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어도 된다고 말을 했었다.
나에게는 맥신이 챙겨준 공산품 크루아상 한 봉지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메인으로 하고 음료만 조금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나... 집주인의 눈치 없이 찬찬히 살펴보는 냉장고 상태는 영 좋지 않았다.
심지어 우유나 일부 주스도 유통기한이 지나 있었다!
혹시나 소비기한이 아닌 제조일자인가 다시 읽어보았지만 exp. date, 즉 유통기한이 맞았다.
하는 수 없이 제일 멀쩡한 것을 골랐다.
이 냉장고에서 가장 멀쩡한 것은 바로 술.
과일맛 캄파리 한 병을 꺼내었다.
조금만 따라 살짝 맛을 보니 괜찮아 보였다.
제대로 따라서 마시려고 잔을 반쯤 채웠는데 우유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시작부터 낮술, 아니 아침술을 하기보다 다시 우유의 상태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미 따라버린 잔의 캄파리를 꿀떡꿀떡 목구멍에 버리고 조심스래 우유를 조금 따라 맛을 보았다.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소비기한은 지나지 않았는지 먹고 탈이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우유와 크루아상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출발!
건물을 나서면 나를 반겨주는 마당의 모습이 너무 싱긋하다.
미적으로는 정말 훌륭한 숙소임은 틀림없다.
첫 번째 목표는 페컴 레벨이다.
페컴 레벨은 페컴을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만들고 있는 주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확한 것은 직접 가서 느껴보는 걸로.
다행히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나는 걸음을 시작했다.
평범한 마을길을 걸었다.
그리고 목적지인 페컴 레벨이 나타났다.
아마 내가 진입하는 곳은 후문으로 추정된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알록달록한 색의 향연이 나를 맞이한다.
색감부터 이곳이 힙한 곳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강렬한 색에 매료되어 내부 탐험을 시작했다.
저층부는 사무공간 및 창작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그래서 외부 방문객들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내가 가볼 수 있는 곳은 상층부.
계단을 따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층마다 형형색색의 색의 조화가 눈을 즐겁게 했다.
아래 사진으로 감상하시라.
그리고 5, 6층에 도착했다.
두 층이 크게 보면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이곳에는 백화점 식당가 같은 푸드 코너들과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는 넓은 홀이 있었다.
홀 앞에는 DJ 부스도 마련되어 밤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추측할 수 있었다.
낮 시간이라 사람이 적었다.
적은 건 손님뿐만 아니라 일부 가게만 오픈한 상태.
마침 카페가 영업 중이라 이곳에서 카페인 보충을 하기로 했다.
커피를 다 털어내고 이제 나가는 길을 찾았다.
아래는 페컴 레벨을 나가는 길의 모습들이다.
정겨운 타입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
그리고 미용실.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왔다.
정문으로 나가는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문이 있기는 한 걸까? 아니면 내가 들어온 곳이 정문인 걸까?
일단 밖으로 나와 건물 구조상 정문이 있을 것 같은 길, 내가 진입한 곳과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문을 찾았다.
아니, 어쩌면 정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곳은 '페컴플렉스'라는 이름의 독립영화관이라고 한다.
페컴 레벨과 분리된 시설이라면 여기는 영화관의 정문이고 내가 들어갔던 출입구는 페컴 레벨의 정문이리라.
이곳은 꽤나 성공적인 독립영화관의 케이스로 꼽히는 장소라고 한다.
직접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저녁의 모습이 어떤지 다시 방문해 보기로 기약하고 이만 알록달록 페컴 레벨을 등지고 떠났다.
ep.28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