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여유의 마을을 거닐다
#사진을 클릭하면 커져요!
#그리고 다시 누르면 작아져요!
거대한 잔디밭을 낀 교회를 방문하고 나서야 걷고 있는 동네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을 깨달았다.
페컴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외지인인 내 눈에 건물들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기에, 길에 보이는 구성원들이 바뀐 것이 느낌 변화의 원인이렸다.
다시 백인들의 마을이 나타난 것이다.
신기했다.
바로 옆 동네인데 이렇게 거주민들이 다르다니.
참고로 연접한 이 두 동네는 거주민들의 구성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다르다.
최근 페컴의 집값도 재개발을 통해 열심히 치솟고 있지만, 나름 유서있는 조용한 강호 덜위치와는 보통 두 배 가까이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오늘은 2023년 4월 7일 금요일.
금요일 평일의 낮시간이었지만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까?
여행 관광지가 아님에도 이 덜위치는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로 한적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열심히 걷다 보니 목표로 한 '덜위치 픽쳐 갤러리'가 코앞이었다.
갤러리에 들어가기 전에 바로 옆의 '덜위치 공원'과 '크라이스트 교회'의 겉을 구경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크라이스트 교회.
정식 명칭 Christ's Chapel로 나름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었다.
넓이만큼 역사도 긴 편인데 무려 1616년, 엘리자베스 여왕 1세의 시에 세워졌다고 한다.
당시에 종교활동과 학교의 역할도 했다고 하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덜위치의 살기 좋은 분위기는 적어도 그때부터로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잽싸게 겉을 핥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덜위치 공원으로 옮길 차례.
길을 건너 정문에 당도했다.
입구부터 커다란 이 공원은 '리치몬드'의 것이나 '하이드 파크' 같은 런던의 초대형 공원들보다는 작지만 지역사회 단위로 내려오면 충분히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다.
런던에 살면서 이런 공원은 질리도록 볼 수 있었다.
정문을 지나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도 여유롭지 않았고 메인 녹지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지도만 촬영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오늘, 어차피 공원은 다른 곳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도달한 목적지.
Dulwich Picture Gallery 되시겠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회화작품을 주로 다루는 미술관이다.
미술관 외벽을 따라 정문으로 걷고 있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정문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바로 관내 카페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페가 실내, 실외로 미술관 부지에서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놀라운 테이블 점유율이었다.
눈에 보이는 좌석들 대부분이 이미 주인이 있었다.
평화로운 모습 그 자체였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하얗고, 그 아래로 예스럽지만 잘 관리된 벽돌 건물과 잔디밭, 그리고 아름다운 카페와 금요일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
그 여유에 이끌려 미술관보다 카페 안으로 먼저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손님들이 바글바글.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들을 모두 모은 곳 같았다.
바글바글거리는 손님들을 다 처리하기 위해서인지 직원들의 숫자도 많았다.
이해가능한 수준인 커피 가격도 합격점이다.
카페 자리도 없었거니와 여기서 커피 마실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미술관으로 향했다.
아래 사진이 미술관 매표소이자 입구이다.
외부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잘 관리가 되어있는 내부.
희고 붉은 벽의 조화가 깔끔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관람은 유료였기에 깔끔하게 포기했다.
내부 전시를 포기한 나는 다시 건물 탐사에 나섰다.
아래는 탐사 사진들이다.
미술관 기프트샵은 입장할 수 있었다.
선물을 위해 미술관 토트백들을 사모으기로 결정했다.
둘 중에 하나를 고민하다가 오른쪽 민트색 가방을 구매하고 미술관을 나섰다.
ep. 29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