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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29. 2021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남자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왕

드디어 연극이 끝났다. 그러나 누군가 내 귓가에 속삭인다. “끝났다 생각하느냐”라고. 오이디푸스의 절규가 계속 들려오고, 그의 고통은 여전히 내 심장을 짓누른다. 황정민의 연기는 최고였다. 2019년 2월 우리는 함께 연극을 보았고, 객석을 나와서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비극의 힘이 이런 것일까.


그리스 비극의 3대 작가로는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이다. 소포클레스는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로 그의 작품은 신이 아닌 인간이 극의 주역으로 인간의 한계와 더불어 인간의 위대함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비극은 인간 그 자체를 탐구하는 문학 장르로 민주주의 체제에서 시민의식을 고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는다’는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운명을 타고났다. 이오카스테는 불운한 운명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갓 태어난 아기를 산에 버려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하지만, 아기는 정해진 운명의 힘으로 이웃 나라의 왕자로 키워지고 오이디푸스는 성장한다. 어느 날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사랑하는 부모님에게서 멀리 떠나고자 한다. 이오카스테와 오이디푸스는 그렇게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자 나름의 최선을 선택한다.


그는 결국 운명의 힘으로 이오카스테와 결혼하고, 테베의 왕이 된다. 테베의 오랜 가뭄을 해결하고자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직접 찾아가 테베의 전 왕인 라이오스를 죽인 범인을 묻는다. 하지만, 그녀는 진실을 알면 그가 감당하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만 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누구이며, 라이오스 범인에게 하려 했던 저주가 이제 본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는 진실을 알기 위해서 그녀를 계속 추궁할 수밖에 없다.   


오이디푸스는 세상에 불운한 운명으로 던져진 존재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비록 이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전복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해도. 이제 그는 자신의 존재방식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존재가 된다.


친구들이여, 아폴론, 아폴론 바로 그분이시다. 내 이 쓰라리고 쓰라린 고통이 일어나도록 하신 분은.
하나 이 두 눈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가련한 내가 손수 찔렀다.
보아도 즐거운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할진대 무엇 때문에 보아야 한단 말인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를 지팡이 하나로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불쌍한 존재일 수 있으나,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의 화살, 그것을 우리는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 애를 쓴다. 잔인한 운명의 화살이 다시 돌아올지라도 매번 인간은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제삼자가 보기에는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감당하기 힘든 운명 앞에 인간은 작은 존재이고, 운명의 힘에 크게 좌절하기도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오이디푸스, 이오카스테, 테이레시아스 그들은 운명 앞에 최선을 다했다.


연극에서는 오이디푸스가 "나는 나를 알고 싶다"라고 목동 앞에서 사실을 말해달라며 간청한다. 자신의 존재를 알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인 것 같아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하다.


공연이 보고 싶다. 연극, 뮤지컬...


연극오이디푸스왕》디푸스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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