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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27. 2021

두 번째 관절은 없다

(Feat,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언제부터인지 손가락 마디가 불편하다. 밤에 자려고 하면 손가락이 뻣뻣하고 혈액 순환이 안 되는 것 같아 오른손 왼손 번갈아가면서 주물러 주곤 했다. 며칠 전부터 왼손 검지 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있다. 벌써 퇴행성 관절염인가? 순간 두려움에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픈 사람 보면 빨리 병원 가보라고 하면서 정작 나도 병원 가는 게 귀찮고 두렵다. 어제는 휴가였고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점심을 먹고 정형외과에 갔다.


문이 열린 진료실에 나는 들어가자마자 유쾌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저희 가게에 처음이시죠?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의사 선생님의 힘 있는 목소리에 따뜻한 기운이 내게 전해진다. ‘가게’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우선 사진 촬영을 해 보고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잠시 후에  X레이 촬영을 했다. 손바닥을 쭉 펴서 한 컷, 공을 두 손으로 들어올 리 듯 모아서 한 컷, 나머지 손가락은 두고 엄지와 검지를 오므려서 한 컷, 손바닥을 천장에 보이게 하고 한 컷 총 네 장을 찍었다. 조금 기다리니 다시 나를 호명해서 진료실에 다시 들어갔다.


“축하드립니다. 아직 관절염은 아닙니다. 약 1주일분 드릴 텐데 약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관절은 쓰다 보면 노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관절이 하나밖에 없고 대체할 수도 없으니 아껴 쓰셔야 합니다. 쓰면 쓸수록 닳기 때문에 앞으로는 일하실 때 자판도 살살 치시고 되도록 안 쓰는 게 좋습니다”. “그럼 약 먹고 나으면 이후에는 아플 때 오면 되는 건가요?” “네. 관절은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눈 오면 눈 치우듯 아프면 약 먹고 쉬고 그래야 합니다”.


벌써 2시가 넘었는데 이상하게 잠이 안 온다. TV를 보면 잠이 오지 않을까 해서 리모컨을 켰다.  TV 프로그램《방구석 1열》에서 영화《제인 에어》를 소개해준다. 소설 《제인 에어》는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캐리 후쿠나가 감동이 만든 2011년《제인 에어》가 가장 원작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여주인공은 미아와 시코프스카가 완벽하게 제인 에어를 재현하였고, 남주인공은 마이클 패스벤더로 지금까지 로체스터 역을 맡은 배우 중에 가장 잘생겼다고 한다. 아쉽게도 넷플릭스에는 없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구매해서 봐야겠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글쓰기를 좀 해둘까 했는데 소재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책상 위에 타일러 라쉬의《두 번째 지구는 없다》가 눈에 띈다. 며칠 전 독서모임에서 잠깐 언급된 책이어서 도서관에서 빌렸다. 작가는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뇌섹남에 출현한 그 타일러이다.  이 책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인쇄했고, FSC 인증(Forest Stewardship Council, 국제산림관리협회) 종이를 사용했다. 작가는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는 국내 출판사를 찾기 힘들었고, 최근에야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는 출판사가 있어서 이제야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책 내음이 좋다. 콩기름 냄새. 마치 학창 시절에 붓글씨 시간에 화선지와 먹 냄새가 나는 듯하다.


작가의 꿈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다. 2016년 WWF(World Wide Fund for Nature, 세계자연기금)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환경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는 인공이라는 작은 상자 안에서 상자 밖 큰 상자,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있다는 메시지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막연하게 '음식물 쓰레기는 어디에 쓰이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제대로 되는가' 등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자료를 조사한 내용이 있다. 그리고 개인의 행동뿐 아니라 함께 목소리를 내야만 변화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다룬 내용이 크게 새롭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환경 특히 쓰레기 줄이기에 관심이 있는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두 번째 지구는 없다》가 인상적이다. 불현듯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얘기했던 내용이 생각나면서 '두 번째 관절은 없다'로 연결된다. 


내가 사는 지구도, 내 관절도 오직 하나다. 아끼고 잘 보존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 관절 아끼기

1) 자판 칠 때 최대한 살살 두드리기

2) 1시간에 한 번씩 손가락 운동과 마사지해 주기

3) 1주일에 한번 찜질하기


2. 쓰레기 줄이기

1) 25일 월급날에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환경보호를 다짐하기

2) 한 달에 1권, 환경 관련 도서 읽기

3) 일상에서 플라스틱과 종이 사용 자제하기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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