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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25. 2021

직장인이 읽어야 할 그림책

그림책, 누가 진짜 나일까

그 시절, 나는 젊었고 피곤을 느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중략)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조금씩, 더 피곤해졌다.


한때 야근을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밤 10시까지 일을 하고 눈조차 제대로 떠지지 않는 상태에서 '수고했어, 오늘도'를 내게 건네며 오늘도 뭔가를 많이 했다는 뿌듯함과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간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뻗어서 잘 것 같지만, 막상 샤워를 하고 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하루 중 나를 위한 시간이 없었다는 아쉬움으로 회사에서 지겹게 봤던 컴퓨터 모니터를 다시 켠다.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웹서핑, 드라마 보기로 이 밤의 파수꾼이 된다. 2시가 넘어서야 잠을 잔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면  눈이 잘 떠지지 않고, 몸은 무거워 일으키기도 힘들었다. 왜 일찍 잠을 자지 않았을까. 자책하는 마음으로 출근을 하고, 내 몸의 모든 세포를 깨워달라고 아메리카노에게 의지한다. 점점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루틴처럼 내 몸이 스스로 반응한다.


그림책 『누가 진짜 나일까?』는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쓰고, 클라우디아 팔마루치가 그림을 그린 작품으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다. '나'는 큰 공장에서 생산 부품의 수량을 계산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게 무슨 부품인지 그 부품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바쁘고 어느 날 집에 돌아왔을 때 수족관에 물고리가 다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문득 생각해보니 아주 오랜 전부터 물고기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물고기의 존재를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친구를 만날 시간도, 영화관에 갈 시간도, 심지어 엄마의 안부를 물을 시간도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자 사장은 그런 고민은 별거 아니니 주소를 알려주며 찾아가 보라고 한다. 그곳에서 나는 복제인간을 만들게 된다. 사장은 복제인간이 내가 중요한 회사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 사소하고 간단한 일들을 할 거라고 얘기한다. 집안 청소부터 생일을 맞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애인과 데이트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복제 인간이 회사일을 하면 좋겠지만 아직 그들은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만약 내가 힘들게 일하는 동안 나를 대신해 누군가가 나의 삶을 살고 있다면 그는 나의 복제 인간일까. 혹시 그 반대로 일하는 내가 복제 인간이지는 않을까.


우리는 미래, 행복, 부, 명예 등 추상적인 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실체가 없는 것을 추구하기 위해 내 앞에 있는 구체적인 것들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집안을 청소하고, 개와 산책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소소한 일상을.


몇 년 전부터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라는 뜻의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일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 '워라밸'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일과 휴식모드 전환이 확실하게 되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모드가 전환되면 어렵겠지만 의식적으로 잊어야 한다. 일로 받은 스트레스로 나를 위한 시간이 망가져서는 안 된다. 내 시간은 소중하다.

이 책은 이야기 시작 전에 작가의 메시지가 있다. 양념통에 꽂힌 은방울꽃 그림이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원한다. 각자가 원하는 행복한 삶은 다르다.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양념을 넣어야 한다. 때로는 짭짤한 소금을, 때로는 달달한 설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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