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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24. 2021

독서모임 후기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 이 글은 독서모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나의 언어로 정리했다.


한 방울 한 방울 너의 눈을 적시는 눈물을 닦아주고파
하나 둘 한 없이 너의 마음에 쌓이는 의문에 답해주고파        


김윤아의《타인의 고통》이라는 노래다. 발제자는 노래 제목이 수전 손택의 책 제목에서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전 손택의 책을 읽고 싶어 추천했다고 한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노래를 찾아들었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녀의 노래는 타인이 아닌 ‘너’의 고통을 이해해보려는 최선과 위로가 담겨있다. 상실 고통, 고독이라는 단어는 현대인의 삶과 밀접해있다. 각자도생도 힘든 사회에서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 거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녀는 “저에게 음악을 한다는 것은 종종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그녀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한다.



수전 손택의《타인의 고통》은 분량이 두껍지 않지만(부록은 제외하고 188쪽),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이다.《책 읽어드립니다》에서〈타인의 고통〉을 다룬 적이 있고 설민석의 강독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회원이 있었다. 나도 이 책을 읽었지만 쉽게 요점을 정리해 주기 어려울 것 같다. 설민석의 강독을 보니 아무래도 이 영상을 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더 쉽게 핵심을 전달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강의 전개 방식이나 핵심적인 내용이 잘 정리되었고, 그의 설명이 뇌리에 남는다. 이 책은 타인의 고통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들의 고통에 우리의 지분도 있음을 인지하고 쉽게 소멸되는 연민보다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독서모임에서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했다. 타인의 고통을 접했을 때 고통의 자리에 '나'를 완전히 이입하기는 어렵다. 뉴스를 보는데 어떤 이의 자살에 가슴이 아팠다. 잠시 후 나는 TV를 끄고 먹던 음식을 계속 먹었다. 내 친구가 여러 모임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때 나는 “네가 리더십이 부족해서 그래”라고 말했다. 내가 이후에 같은 경험을 해보고 나서 알았다. 그때 그 친구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코로나 19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영업규제에 소상공인이 많이 힘들다는 기사를 접했다. 베스트 댓글이 “나도 먹고살기 힘들다”였고, 그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거에 놀랐다. 우리는 내 앞에 놓인 현실이 버거워 타인을 공감하지 못하기도, 공감은 하지만 그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상대방을 위로하는 데 서툴기도 하다.


우리가 모두 공감하고 산다면 제대로 살 수 있을까. 공감을 한다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고통 함께한다는 것이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접하면 이 세상은 무방비하고 참혹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에 매 순간 공감한다면 나 자신이 살아가기 힘들다. 나의 고통이 타인의 고통보다 더 크게 보이고 더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기적이고 모순적인 모습이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내가 타인과 같은 입장 또는 경험을 했다면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감정이입이 된다. 모든 경험을 우리가 할 수는 없지만 어찌 보면 책을 읽는 것이 여러 사람의 삶을 접하고 공감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영하의《말하다》에 보면 소설이 인간과 인간이 정말 깊은 수준의 교감과 공감을 하게 해준다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과 소통하다보면 타인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실제 인간과 만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부분에 깊이 공감한다. 또한,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 지키기, 유기견 돌보기, 어려운 이웃 돕기 등. 개인의 의지만으로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 게 함께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 아 돈도 중요하다. 돈은 타인의 고통에 어느 정도는 해결해 줄 수 있는 힘이 있다. 돈이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넘어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얻은 재화이고, 그것을 타인에게 나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기적인 후원도 좋은데 자동결제로 빠져나가서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활하면서 잊히고 한다. 조금은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형태로 후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의 특권이 타인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특권이 부, 재능, 사회적 지위 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활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일이 다른 이에게는 특권일 수 있다. 장애인 여성이 외부에서 화장실 사용이 힘들다. 성소수자는 코미디 프로에서 나오는 내용이 불편하다고 느낀다.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부터 인종 및 남녀 차별 등.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이 누군가에게는 특권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그들의 불편함과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


수전 손택의《타인의 고통》은 우리에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독서모임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 자신의 이야기가 단초가 되어 점점 생각이 넓어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좋은 질문은 계속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한다.


어찌 보면 각자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공감하는 영역이 다를 수 있다. 각자가 공감하는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 상단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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