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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Feb 08. 2021

독서와 글쓰기

유시민, 공감필법

어제 독서모임에서 소개된 유시민의《공감필법》이 궁금했다. 다행히 도서관에 책이 있어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공부의 시대' 연속 특강에서 강연과 질의응답을 간추리고 보충해서 만든 책이다. 전체적인 내용 중에 인상 깊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훌륭한 글은 많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이다. 유시민은 인간과 우주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그런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공부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공부 방법 중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보다 나은 게 없다고 말한다. 책에는 글쓴이가 파악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 그 사람이 찾은 삶의 의미와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책을 읽는 우리는 자기 자신 , 세상과 우주에 대해 새로 알게 되거나 삶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거나 어떤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감정과 생각은 글로 표현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다. 결국 공부는 독서와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유시민의 독서

저는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보다는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텍스트에 담긴 그대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다. 유발 하라리의《사피엔스》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하라리 박사는 책 속표지에 '어떤 사피엔스가 다른 사피엔스에게'라는 말이 적혀 있고, 이 말은 작가가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중시한다는 의미이다. 호모 사피엔스도 모든 생명체와 동일하게 태어나고 성장하고 자식을 낳고 죽는다. 우리의 삶은 내가 의미를 부여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의미있는 삶의 방법을 찾아나간다는 것을 빼면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종과 다를 게 없다. 세상과 사람과 인생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조금 또는 크게 달라지는 순간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공부이다.


과학책을 읽을 때는 과학적 사실과 정보를 습득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글쓴이가 그 정보를 손에 넣었을 때 느꼈을, 그것을 해석하고 활용하고 서술하면서 문자 텍스트에 담으려고 했던 감정을 함께 읽어내야 공부가 재미있다. 그런 재미를 느껴야 남이 읽으면 재미를 느끼도록 글을 쓸 수 있다. 즉,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을 느낄 능력이 있어야 타인이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대하고 나를 대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을 정할 때,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활용한다. 따라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할 때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읽던 책을 가슴에 댄 채 '아'하고 한숨을 내쉬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감정이 너무 강하게 일어나서, 그걸 가라앉히기 전까지 텍스트를 더 읽어갈 수 없는 그런 순간을 누려야 한다. 저는 이것이 공부와 독서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믿는다.


유시민의 글쓰기

공부는 직접 경험하거나 간접 체험한 모든 것에서 정보, 지식, 생각, 감정을 읽어내어 교감하는 것이다. 공감하고 비판하고 대립함으로써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공부이다. 이렇게 해 나가는 과정에는 반드시 글쓰기가 있어야 한다. '하루 한 문장',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살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면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메모가 쌓이면 비슷한 것을 모아 글 한 꼭지를 쓰고 저장한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려고 애쓰지 말자. 말하려고 한 것이 제대로 전해지는 글이면 충분하다. 아름다움은 그다음 과제로 남겨두자. 또한 거기까지 가지 못해도 괜찮다. 우리 인생,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기만 해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21세기는 공감의 시대이다. 남을 이해하고 남에게 공감하고 남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경쟁력이다. 과학혁명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본질은 공감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야 한다. 독서도 글쓰기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한 공부도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그 인생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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