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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Feb 05. 2021

그림책 작가, 관찰력 키우는 법

최혜진,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분명히 어딘가 잘 두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세 시간이 넘도록 구석구석 뒤져보았으나

헛수고였다

누구에게 빌려주지도 않았는데

가뭇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겨우 잃어버린 책을 찾는 데

이렇게 바쳐야 하다니......

지쳐서

의자 등판에 기댄 채 졸다가

눈을 떠보니

바로 눈앞의 책상 서가에

그 책이 비스듬히 꽂혀 있지 않은가

책 속의 진리처럼


- 김광규, <책찾기> - 


 

김광규의〈책찾기〉의 시는 내 경험이기도 하다.  책, 신용카드, 펜 등 물건을 못 찾아서 한참을 뒤져본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또 생각나서 찾는다. 그러다 지친다. 다행히 며칠 뒤, 찾던 물건을 발견하는데 며칠 전에 열심히 찾아봤던 데 턱 하니 놓여있다. 분명 꼼꼼히 찾아본다고 했는데...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생각의 탄생에 보면 물건을 찾을 때 어떠어떠한 모양이라고 미리 짐작을 한 생각이 우리의 관찰력에 영향을 끼쳐서 사물을 제대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예술가의 재능은 관찰력에서 비롯된다. 그냥 보기가 아닌 관찰은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글로, 무용가는 몸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화가는 그림으로 표현한다. 관찰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서 기를 수 있다. 


최혜진의《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열 명의 예술가를 직접 만나서 일상에서 창의성을 회복하는 방법, 예술가의 호기심은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유년기에 어떻게 지냈는지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림책 《펭귄 365 》의 그림을 그린 작가 조엘 졸리베의 인터뷰에서 관찰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어 소개한다.


1. 관찰력이란 어떤 능력인가요?

관찰력은 보는 대상에 감정이입을 하거나 감탄할 줄 아는 능력이에요. 감탄하는 마음이 관찰의 시작이고, 관찰을 하는 행위에는 사랑의 성분이 담겨있죠. 저는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카페나 지하철에서 관찰 크로키를 합니다. 모든 존재는 아름답다고 믿어요. 사람을 그릴 때, 그 사람만의 가진 선과 형태감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2. 그냥 많이 보면 관찰력이 저절로 생기는 건가요?

관찰력을 기르려면 ‘좋다’, ‘예쁘다’하는 식의 첫인상에 머물러선 안 돼요. 우리는 매일 SNS상에서 이미지를 많이 접합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온 이미지인가?’ ‘누가 만든 것인가?’ 주체적으로 정보를 소화하고 판단하면서 보려고 하는 것이 관찰력과 시각적 문해력을 기르는 첫걸음이에요. 자신이 본 풍경, 영화, 그림이 곧바로 자기 것이 된다고 오해해선 안됩니다. 자신에게 남은 인상을 능동적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다음에 꺼내 쓸 수 있는 자신만의 자산이 되죠.


3. 관찰력 기르기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동일한 조건에서 풍경을 봐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게 다 달라요. 그렇다면 어떤 대상이 시선을 사로잡을 땐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봐야 합니다. ‘왜 다른 것은 다 흘러서 지나가는데 이것만 내 마음에 달라붙는 거지? 연극이나 전시 등을 보고 나서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기억나는 요소가 무언지 스케치로 되새김질해 보는 것도 좋은 훈련법이에요. 운동하듯 훈련으로 관찰력과 이미지 기억력을 키우는 요령이죠. 한 가지 기억할 게 있어요. 관찰자는 어떤 상황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 있는 사람입니다. 대화에 신나게 참여하고 있을 땐 그 상황을 관찰할 수 없고 조금 빠져나와서 거리를 두어야 관찰이 가능합니다.




* 상단 이미지: Photo by Pauline Loro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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