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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Feb 19. 2021

졸업

(feat. 아리아나 허핑턴, 졸업사)

대학원 1년 후배님이 어제 졸업을 했다. 결국 졸업식은 없었고, 각자 학교에 가서 졸업가운을 입고 사진을 남겼다고 한다. 졸업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던 적이 있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대학원 공부,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 그리고 부모님 간병까지 참 많은 일을 동시에 해냈다. 2년 반을 성실하게 공부했고,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을 충분히 즐겁게 보냈다. 대학원 후배님이지만 인생의 선배님이고 존경스럽다. 나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문의 즐거움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었고,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어 행운이었다.


작년 이맘때 나도 대학원을 졸업했다. 코로나 때문에 졸업식이 취소되었고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학위기도 우편으로 받았다. 그때는 봄이 되면 코로나가 끝날 줄 알았다. 벚꽃 필 때쯤 학교에 가서 대학원 동기와 사진을 찍자고 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졸업사진을 못 찍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았는데.. 누가 이렇게까지 코로나가 오래 지속될지 알았으랴.


작년에 일기장에 썼던 글을 찾아보았다.


대학원에 입학해서 논문을 쓰는 동안에 ‘과연 나는 졸업을 할 수 있을까?’ 석사모를 쓴 내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논문이 통과되어서 막상 졸업을 하려고 하니, '대학원'이라는 소속감이 사라지는 상황이 너무 아쉽고,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막막하다. ‘졸업식’이라는 행사도 없고, 석사모를 쓴 내 모습도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나의 대학원 생활이 일단락되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졸업식을 떠올리다 보니 문득 명사들의 졸업사가 생각났다. 스티브 잡스가 졸업사에서 했던 "Stay Hungery. Stay Foolish(항상 갈망하고, 미련하게 정진하라)."을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전자도서관에서《명사들의 졸업사》라는 책을 발견했다. 이 책에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조앤 롤링 등 많은 명사들의 졸업사가 담겨있다. 명사들의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젊음 이들에게 앞으로 만나게 될 삶에 응원의 힘을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 살펴보디 하나하나 주옥같지만 그중에서 기억하고 싶은 졸업사가 있어서  내 나름의 졸업의식,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아리아나 허핑턴의 졸업사이다. 그녀는 52세에 <허핑턴 포스트>를 창간했다. 2011년 사라 로렌스 대학교에 했던 졸업사로 주요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가장 큰 지혜이다.

아리아나 허핑턴


지혜는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입니다. 지혜라는 것은 우리의 삶이 흘러가는 것처럼 당장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삶에는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살다 보면 꼬였다고 생각했던 일이 종종 다른 일을 더 잘 풀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는 합니다. 어제 만났던 맥스 티셔라는 졸업생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맥스는 미술 수업을 정말 듣고 싶었지만 이미 수강 정원이 다 차버리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는데 결국 대신 신청해 들은 철학 수업에 푹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지혜의 핵심 요소는 대담성입니다. 두려움이 아예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이 우리 앞을 가로막지 못하게 하는 상태지요.


끈기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일은 아주 흔하게 일어나지요. 성공할 때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참고 견디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 주저앉기 직전에 한 번만 더 일어나세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게 해서는 안됩니다.


'효과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때가 있으면 비효율적인 명상을 할 시간도 필요하다.'여러분이 뛰어들 세상에는 이제 명상을 즐길 정원이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정원이 눈에 띄기만 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요함에 흠뻑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선은 악과 마찬가지로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약속을 잘 지키는 일과 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 점점 더 커져 우리가 사는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잠깐 멈추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아름다운 캠퍼스를 뒤로 하고 떠나는 여러분은 부디 우리를 구해줄 백마 탄 지도자를 기다리지 마십시오. 그 대신 거울에 비친 지도자에게 눈을 돌리세요. 여러분 마음에 잠재된 리더십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세상은 여러분을 간절히 필요로 합니다. 과감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실패를 하면 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세상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졸업은 '마침'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다가올 삶이 기대되기도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조류를 거스리는 배처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신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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