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심 Feb 25. 2021

퇴사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나가키 에미코, 퇴사하겠습니다

오늘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가 퇴사를 했다. 회사의 초창기 멤버이고 회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자고 이야기하고 했었는데 퇴사를 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니 참 많은 사람들을 보냈다.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때때로 회사에서 찾아온다. 회사에서 함께 일할 때와는 달리 보인다. 예전보다 얼굴이 밝아 보이고 여유롭다. 다른 팀 동료와 일 이야기를 하다가 옆 동료가 퇴사해서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며 내게 힘내라고 위로를 해주었다. 나조차 지금 내 심정이 뭔지 몰랐는데 그런 것이었다. 힘을 내야 하는 상황. 


지금 회사는 나에게는 두 번째 직장이다. 첫 번째 직장에서는 퇴사 동기가 있었다. 사회초년생이고, 회사가 신생기업이라서 회사 분위기가 대학교 동아리 같기도 했다. 어느 순간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매일매일 출근이 참 괴로웠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 결심을 첫 번째로 행동으로 옮긴 게 아침마다 배달되는 건강음료를 끊었다. 그리고 상사에게 퇴사 이야기를 했다. 퇴사하는 날 회사문을 나오기까지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퇴사 동기와 회사를 바로 떠나지 못하고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 참 마음이 여리고 순수했다. 


이나가키 에미코의《퇴사하겠습니다》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자신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40세,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하여 50세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그녀는 아사히신문사에서 컬럼리스트이고, 회사 내에서도 안락한 처지였으나 50세 남편도 자식도 없는 그리고 결코 젋지도 않는 나이에 퇴사를 한다.


회사와 회사원을 가장 강하게 이어주는 것, '월급'이다. 회사원은 월급에 맞는 생황을 하고 월급이 많든 적든 회사를 그만두면 그때까지의 생활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기 어렵다. 작가는 10년 동안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회사에서 자립하려는 도전을 이 책에 소개한다.


1. 절전 이노베이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해 시작한 것인 바로 '절전'생활이다. 떠오르는 건 뭐든 하면서 아껴보지만 거의 변화가 없다.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를 느껴서 '전기가 없다'라는 전제하게 생활을 했다. 밤에 들어와서 곧바로 텔레비전을 켜지 않고 어둠에서 조금 익숙해지면서 밝음이 스스로 드러나지는 걸 체험하게 된다. 무언가를 없애면 거기에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그곳에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는 걸 깨닫는다. '없는 것'에 풍요로움을 깨닫고 전자제품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하고 심지어 냉장고도 버린다.


2. 필수품에 대한 생각 바꾸기

안 쓰는 생활을 해보니 냉장고도 세탁기도 쓸모없이 커 보인다. 생각해보니 집세의 많은 부분이 커다란 가전제품을 끌어안고 사는데 쓰인다.  '없으면 못 사는 것'따위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


작가는 '회사 사회'라는 표현을 한다.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의 회사는 밝은 희망의 별이고 회사가 잘되면 모두에게 좋은 그런 시대였다. 그러니 의료부터 연금까지 성장을 지속하는 회사에 기대면 안심이라며 국가조차도 회사에 기대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회사 사회'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이미 집안은 포화상태다.  "물건을 손에 넣으면 풍요로워진다"는 발상은 과거의 산물이 되어가고, 회사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회사가 이익을 창출하려면 첫째, 일하는 사람을 싸게 쓰고 버릴 것. 둘째, 고객을 속일 것.  결국 회사가 살아남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 의존으로부터 탈출이다.


제안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자기 안에 있는 '회사 의존도'를 낮추라는 것이다. 부업을 하라는 게 아니고 생활을 점검하고 자기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자는 뜻이다. 돈 들이지 않는 즐거움을 찾아보고 쓰지 않고 남는 돈이 조금씩이나마 쌓여가면 그것만으로도 회사에 대한 '자세'가 달라진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말고 무엇이든 좋으니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자. 그것만으로 우리의 가치관이 회사에 의해 좀먹는 비율이 줄어들 수 있다.


또한,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자신을 만들면 일 본연의 기쁨이 되살아 날것이다. 일이란 원래 사람을 만족시키고 기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행위이다. 창조적이고 가슴 뛰는 행위를 하다 보면 기쁜 사람이 늘어나고 실체 없는 '회사'라는 괴물이 사람들의 행복을 좀 먹는 '회사 사회'가 '인간 사회'로 바뀔 수 있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는 '회사 사회'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고 부추길 것 같았지만 막상 내용을 접해 보니 자신의 생활을 점검하고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고, 지금 일에 대해서도 의미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퇴사 이후의 생활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상단 이미지: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문학을 읽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