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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Feb 27. 2021

 세 개의 이름, 세 가지의 삶

SBS 스페셜 제작팀 외, 요한 씨돌 용현

어떠한 정보 하나 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다. 

산골 마을에 사는 씨돌은 자연의 친구이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주던 따뜻한 사람이다. 씨돌은 봉화치 산중 생활 삼심 년 동안 '저절로 농법'을 고집한다. 비료를 쓰거나 잡초를 뽑거나 하지 않는다. 흙도, 잡초도 벌레도 모두 생명이기 때문에 결코 이들을 해치지 않고 수확할 때까지 농작물이 스스로 알아서 자라도록 놔둔다. 

군대에서 죽음을 맞이한 청년, 가족들은 아들의 죽음이 의심스럽다. 어느 날 안방으로 숨어든 남자 요한은 가족들에게 아들이 군에서 야당 후보를 찍었다는 이유로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요한은 가족들에게 이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려 진실을 밝히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다시 돌아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민간 구조단장이었던 고진광씨의 인터뷰에서 씨돌의 이야기가 나온다. 씨돌은 유독 눈물이 많았던 사람으로 구조 현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씨돌은 요한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학병원의 병상에 용현으로 누워있다. 그는 세 개의 이름으로 살아온 남자다.  약자를 돕는 일을 사명으로 아는 그는 본명 대신 세례명인 요한으로 한울삶의 부모들을 도와 의문사 진상규명 운동을 도왔다. 요한은 시위 현장마다 앞장서면서 부상을 당할 때가 많았고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 심각했다. 요한을 서울에서 피신시킬 필요가 있어서 그는 강원도 정선의 신현봉 신부에게 보내진다. 이후 요한은 혼자 정선에 남기로 결정하고 씨돌이라는 이름으로 봉화치 주민이 된다. 자연인 씨돌의 행동이 일반 사람들에게 엉뚱해 보일 수 있다. 그가 맨발로 다니고 차를 타지않고 걷는 이유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함도 있지만 동시에 다리 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씨돌을 처음 만나러 간 날, 소나무 가지들 위에 누워 있었던 모습은 젊은 시절에 온몸에 두들겨 맞았던 통에 생긴 응어리를 풀기 위한 나름의 처방이었다.


세 개의 이름으로 살아온 남자는 어찌 이리 의로울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왈칵 났던 일이 참 오랜만이라 내 스스로가 당황스럽다.

우리 처음에 만났을 적에 무슨 맘으로 우리를 그렇게 도와주고 살뜰히 알려줬나?
가족 같아서


요한, 씨돌, 용현으로 살아오면서 했던 민주화 운동,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에서 한 구조, 자연 지킴이로서의 활동은 그와 직접적인 관계되는 일은 아니었다. 왜 그런 희생적인 삶을 사셨냐는 질문에 그는 인터뷰에서 노트에 적습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을 나는 얼마나 모른 채 지나쳤을까. 숭고한 그의 인생을 통해 이 세상에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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