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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Feb 28. 2021

지식의 맛은 달콤하다

패트리샤 폴라코, 그림책《고맙습니다, 선생님》

베른하르트 슐링크의《더 리더》의 한나는 그녀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 그녀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 쉰 나이가 되어서 그녀는 읽고 쓰기를 배우겠다는 용기를 낸다. 한나가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이 소설에서 표현되어 있지는 않다. 문맹은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길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일 것이다. 그녀는 이제 빛의 세계로 자신이 보는 것을 읽고 느끼고 쓸 수 있다.


문득 패트리샤 폴라코의 그림책《고맙습니다, 선생님》이 생각난다. 우리는 지식을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알고 있다. 머릿속에서 기억하는 관념일 텐데 나는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 '지식의 맛'은 꿀맛이라고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트리샤의 할아버지는 꿀 한 국자를 펴서 조그만 책 표지 위에다 조금씩 골고루 끼얹는다. 그리고 트리샤에게 그 책을 건네며 찍어 먹어 보라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지식의 맛이 달콤하다는 것, 하지만 그 달콤함을 얻기 위해서는 책장을 넘기면서 지식을 쫒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그렇게 해서 소녀는 이제 자기도 글을 읽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트리샤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읽기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다르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읽기가 제대로 안되어 입으로 내뱉는 걸 어려워한다. 그녀는 읽기 부진을 겪게 되고, 점점 학교생활도 힘들어진다. 트리샤는 5학년 때 폴커 선생님을 만나고 방과 후에 선생님과 함께 책 읽기를 시작한다. 


서너 달이 되었을 때 그녀는 한 문장을 다 읽고, 또 한 문장을 읽고 마침내 한 문단을 다 읽는다. 그리고 그 글이 무슨 뜻인지도 모두 이해한다. 그 과정을 지켜본 폴커 선생님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날 밤 트리샤는 할아버지가 몇 년 전에 보여주었던 책을 꺼내서 그 위해 꿀을 한 숟가락 떠서 책 표지에 끼얹고 그 달콤함을 맛본다.  


꿀은 달콤해. 지식의 맛도 달콤해. 하지만 지식은 그 꿀을 만드는 벌과 같은 거야. 이 책장을 넘기면서 쫓아가야 얻을 수 있는 거야!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아주 낮다고 알려져 있고, 대부분의 국민이 읽고 쓰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을 의미하는 '문해력'이 강조되고 있다. 원하는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읽기'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쓰기'가 중요하다. 또한 '문해력'은 분야별로 쓸 수 있다. 정치 문해력, 경제 문해력 등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다를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그 지식의 맛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달콤한 꿀맛을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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