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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Feb 28. 2021

독서모임 후기

카프카,《소송》

오늘은 학교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이 있었다. 이번 달 책은 카프카의《소송》으로 책 선정과 발제를 내가 했다. 오늘의 모임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해서 나의 언어로 정리해 보았다.


1. 이 책을 선정하게 된 계기

알베르 카뮈의 소설을  읽고 실존주의, 부조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카뮈가 쓴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속에 나타난 희망과 부조리”라는 글을 읽고, 카프카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다. 카뮈는 카프카의《소송》을  "우리를 인간 사고의 극한까지 이끌어간다. 이 작품은 부조리의 문제를 온전하게 다루고 있다"라고 표현하였다. 1월 초에 이 책을 읽었는데 읽고 나서 당황스러웠다. 마치 주인공 요제프 K와 소송에 휘말린 기분이었고, 회원님들이 읽으시면서 저를 원망하실 거라 같아 약간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고 계속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몇 차례 읽다 보니 제 스스로 의미를 찾기도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은 상황이 묘한 경험이었다.


2. 이 책에 대한 소감

몰입성이 뛰어나서 금세 읽었다. 역시 카프카의 글답게 요제프 K의 죄는 무엇이며 마지막 비유담은 어떤 괌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계속 고민했다. 뒤에 해설을 읽을수록 더 헷갈렸다. 문제적 소설임에도 재미있다.


학창 시절에《심판》이라는 제목으로 읽었다. 《소송》이라는 제목으로 만나니까 새삼 다른 주제를 만난 느낌이 든다. '심판'은 주인공 K가 결말에서 심판받는 느낌이라면,  '소송'은 무슨 ‘죄’ 인지도 모르는 자신의 결백함을 밝히려는 과정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법정'이라는 공간 배경이 부조리한 현실로 설정해 현재 우리가 느끼는 '법정'은 어떤 곳인지 고민하게 한다. 카프카의 간결한 문장이 소송에 휘말린 주인공의 긴박한 감정을 잘 드러나있다.


책을 읽는 동안 미로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 읽은 후에도 요제프 K가 왜 소송을 당했는지 왜 명예롭지 못한 죽음을 맞게 되는지 이해하지 못해 멍한 상태였다. 도대체 K의 죄는 무엇인지 궁금증으로 몰입하게 되고, 지금의 삶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3.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친구이자 편집자이다. 카프카가 죽기 전에 그에게 자신의 모든 원고를 불태워달라고 부탁하지만, 막스 브로트는 출판을 결심한다. 이 상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카프카는 자신의 원고가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미완의 작품의 운명을 자신이 직접 처리하기보다는 그 결정을 자신의 친구이자 편집자에게 넘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카프카는 내심 기뻐할 것이다. 대부분 글쓴이들은 글을 쓰는 과정을 자신의 시간을 견디는 과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들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천재' 옆에는 항상 좋은 친구가 있었다.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 의해 비판받을까 두려워 자신의 작품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했지만, 그의 작품은 현재까지 문학계 및 독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는 막스 브로트의 결정에 감사의 눈물을 흘릴 것 같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카프카를 세상에 널리 알린 그의 친구를 두어 행복할 것 같다.


4. 요제프 K와 법원과의 대결 구도에서 요제프 K의 ‘죄’와 법원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법/도덕적 관점, 심리적 관점, 종교적 관점 등 각자가 해석은 무엇인가요.

K의 죄는 인간으로 태어나 행한 원죄이고, 법원은 이를 단행하는 신적인 존재 같다. 신부님과의 대화, 종말이라고 장제 목을 고려했을 때 그는 인간의 원죄인 욕망을 가진 죄를 지었고, 법원은 그 죄를 심판한 것이라 생각한다.


K는 자신의 무죄임을 주장한다. 소송 과정에는 그는 한 번도 자신이 죄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 반성이 없는 인간,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무지가 그의 죄일 수 있다. 한편으로 법원은 절대적인 가치, 규범이라는 생각할 수 있고 소송을 통해 요제프 K에게 그의 죄를 상기시키지만, 요제프 K는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K의 삶은 은행원으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세속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하급 판사나 자신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에게 다소 거만한 자세를 취하면서 자신의 본능을 따르는 모습이 이기적으로 보인다.


K는 자신의 죄를 거부하고 부조리한 소송에 대항한다. 법원은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외형부터가 부조리해 보인다. 또한 법정은 요제프 K가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업무 처리가 치밀하거나 공정하지 않다.


5. 신부는 요제프 K에게 들려주는 '법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 시골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골 남자는 법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법 앞의 문지기가 지금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하며 제지하는 내용이다. 각각의 인물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요.

‘법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 시골 남자의 이야기’는 ‘소송’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법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시골 남자 한 남자를 위한 문이지만 그는 늙어 죽을 때까지 그 문을 들어가지 못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문지기의 비위를 맞춰서 문지기가 들여보내 주는 방법 말고는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인가. 씁쓸한 이야기이다.


문지기는 시골 남자를 기만했다. 시골 남자는 자유로운 위치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문지기의 기만으로 자유를 통제당한다. 현대 사회 관료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은유로 볼 수 있다. 문지기에게 기만당하지 않고 문을 통과하려면 더 큰 권력을 가진 관료가 되거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법을 아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지기는 자신이 속한 체계에서 권위를 의심하거나 법을 의심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시골사람은 모든 것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그 법으로의 입장만 금지되었다. 시골사람은 그 법의 실체를 알고자 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6. 소설의 결말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해석되나요.

인간의 원죄는 죽음으로써 갚아야 하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 모든 것이 요제프 K의 하룻밤의 꿈이었으면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K가 깨달은 한 가지는 저항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이다. ‘개 같군’, 죽은 후에도 살아남은 ‘치욕’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 외에는 할 수 없는 게 없다는 K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독자에게 그 결말에 대한 반항을 불러일으킨다. 현실은 이러지 않을 거야. 현실을 이러지 말아야 돼. 


K가 실질적인 무죄를 선고받지 않아도 살아있는 K를 기대했으나 결론이 허탈했다. 한편으로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K는 소송이라는 상황을 회피한 것인가. 자기 의지를 실천한 것인가 등 여러 의문이 들었다.


K도 부조리한 법정 현실에 저항하지만 끝내 최종 판결을 받고 죽게 된다. K의 죽음은 부조리의 끝이며 동시에 구원의 시작일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고통이 마지막 최종 판결을 통해 멈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죽음이 그가 갖고 있던 희망과 같을지는 의문이다.


7. 이 소설은 ‘법원’이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관료주의 체제이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개인이 겪는 무력감이라고 읽힐 수 있다. 관료주의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각자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삶 속에서 관료주의의 폐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기준이 권력이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카프카가 그린 '관료주의'는 현대에 와서 권력과 자본이 결합하여 절대복종을 당연히 하는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이야기로 변형되고 있을지 모른다.


조직문화는 특정한 의미와 방향으로 조직 구성원의 행태를 비공식적으로 통제하는 메커니즘이다. 그것은 조직문화와 사회문화 그리고 역사와 전통, 구조와 행위 등 복합적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방법은 쉽지 않다.


관료주의는 그 체제 안에 조직만 있고 개인이 없다.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것부터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작의 힘은 미약할 수 있으나 분명 개혁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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