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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r 03. 2021

오늘의 시옷들

시작

3월 한주가 시작했다. 한 달 중에 가장 바쁜 주는 월초이다.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아침에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보는 일, 마음가짐을 정비하는 일은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기 위한 준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의 시작과 동시에 백 미터 달리기를 한 기분이다. 3월의 첫날 벌써 숨이 차다. 누군가에게는 새 학기를 맞이한 설레는 첫날이었을 오늘이 뭔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갔다.


쇼핑

2월 마지막 주에 생필품이 똑똑 떨어졌다. 며칠 남지 않는 날을 버텨 모든 쇼핑을 3월로 미루었다. 3월이 왔고, 폭풍 쇼핑을 시작했다. 유치원에 가는 아이의 준비물도 살게 많다. 새벽부터 문 앞에는 주문했던 물건이 쌓여있다. 다섯 살 아이는 왜 이렇게 많이 샀냐고 물으면서 박스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한다. 다 자기 거라며 참 좋아한다. 그렇게 필요한 물품을 채우며 하루가 지나갔다.


장 그르니에의《섬》을 주말에 도서관 새로 들어온 책 코너에서 발견했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이고,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다. 알베르 카뮈에게 작가가 되는데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의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뿐인 여러 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한 인간의 존재가 그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

시간, 세월이 모여 한 인간의 삶의 총체가 된다. 그 속에는 한 인간의 참모습이 담겨있다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꽃잎

에이미 로웰


삶은 흐르는 물이라,

그 위에 우리는 흩뿌린다

우리 심장의 꽃잎을 한 잎 한 잎.

그 끝은 꿈속에 아득히 사라지고

꽃잎은 시야를 벗어나 흘러간다.

우리는 다만

초기에 꽃잎들이 기쁘게 출발하는 모습을 볼뿐이다.


희망을 싣고

기쁨으로 새빨갛게 물들어 출발하는 모습을.

우리는 피어나는 장미의 잎들을 흩뿌린다

얼마나 널리 퍼져 나가는지

얼마나 멀리까지 가는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물은 그저 꽃잎을 휩쓸며 흘러갈 뿐이다.

꽃잎 하나하나가 사라져

무한한 길로 영원히 사려져버린다.

우리만 남는다.

세월이 화살같이 지나가는 동안

꽃들은 떠나버리고 그 향기는 여전히 남는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시옷을 생각하다 발견한 시이다. 조이스 박의《내가 사랑한 시옷들》에서 소개한 영시이다. 이 시는 시간의 흐름을 흘러가는 물로 표현했다. 시의 화자는 모든 것인 떠나도  '우리만 남는다. 향기는 남는다'라고 말한다. 조이스 박은 이 시는 비록 마음을 떼어내는 일이 불안과 수고와 고통을 동반할지라도 훗날 짙은 향을 품은 꽃잎이 강가에 가득할 수 있도록 많은 감정을 삶에 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낮에는 여러 가지 일로 정신없이 보냈고, 밤에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하루를 마감하며 오늘 하루의 시옷을 생각해보았다. 




* 상단 이미지: Photo by Fuu J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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