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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r 03. 2021

물건, 습관, 마음 비우기

미니멀 라이프는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싶다. 멋진 인테리어는 아니더라도 심플하고 깔끔한 집이었으면 좋겠다. 2월 중순부터 시작한 집 정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크게 한 일은 오랫동안 썼던 서랍장을 집안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화이트 컬러로 리폼했다. 20년 넘게 쓴 서랍장이 새롭게 태어나 여전히 쓸모 있는 물건여서 뿌듯하다. 서재에 있는 책장의 배치를 바꾸고 나니 방이 엄청 넓어졌다. 재택근무하는 동안 사무실로 하루 종일 지내는 공간인데, 의자 뒤편으로 공간이 넓어져서 답답함이 사라졌다.


작년부터 때때로 했던 집 정리는 하다 보니 자꾸 하고 싶어 진다. 지금도 이 글을 끝내면 어딘가를 손대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의 고수들에게서 팁을 얻고자 전자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를 찾아보았다. 밀리카의《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는 작가는 결혼 후 신혼집에 입주하기 전에 2개월간 원룸에 지내면서 꼭 필요한 물건만 남겼다. 그리고 신혼집에 입주할 때 '캐리어 이사'를 했다. 


책 속에서 소개된 외국 동전 기부하기를 읽다가 내가 잠시 잊고 지낸 우리 집 외국 동전이 생각났다. 외국 동전은 환전도 어렵고, 다시 그 나라에 갈 일도 쉽지 않다. 문득 공항, 비행기 안에 유니세프 모금함이 떠올라서 나중에 여행 갈 때 챙겨서 가져가야겠다 생각했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책 내용에 보니 유니세프 모금함이 편의점(세븐일레븐, CU 등) 계산대 근처에 배치가 되어 있다고 한다. 자주 가는 편의점에도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검색하다 보니 유니세프에 직접 택배로 보내는 방법도 있어서 이번 주에 외국동전 기부하기를 실행해야겠다.


박미현의《날마다 미니멀 라이프》는 한국의 미니멀리스트 열 명을 인터뷰해서 그들이 미니멀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물건을 비운 후 찾아온 변화, 미니멀 실천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서 기억해 두고 싶은 비우기 기술이 있어서 정리해 보았다.


<물건 편>

1. 확인한 우편물과 메일은 버려라.

중요한 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두고 버린다. 메일 역시 확인한 건 삭제하고, 중요한 메일만 남긴다.


2. 과거나 미래의 물건을 버려라.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언젠가'를 위해 물건을 쌓아두지 말자. 가전제품 서명서, 부속품, 시간이 나면 배우겠다고 구입한 각종 취미용품들. 그 언젠가에 집착을 버리고 지금 현재에 집중하자. 과거와 미래의 물건들은 과감히 버리자.


<습관 편>

1. 미리 사놓는 습관을 버려라.

필요한 때에 대비해 미리 물건을 비축해두는 일을 하지 말라. 차라리 마트나 쇼핑몰이 우리 집 창고로 생각하자. 


2. 정말 좋아하는 물건만 구매하는 습관을 들여라.

금방 질리고, 질이 안 좋다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짐이다. 정말 마음에 드는 것만을 구입하자.


<생각과 마음 편>

1. 저녁노을 바라보기

우리 곁에서는 언제나 해가 뜨고 진다. 급히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리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구나'하는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자.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이다.


2. 잠들기 전에 생각 비우기

잠들기 5분 전 생각 비우기만으로 훨씬 건강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오늘은 3월 3일이다. 삼겹살을 먹어야 할 것 같은 날이고, 33 데이라고 해서 소셜커머스에서는 할인 특가상품이 쏟아지는 날이다. 오늘 나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던 물건 2개를 정리하려고 한다. 여행을 다녀온 기념으로 모아둔 '외국동전'과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오고 갔던 '편지'이다. 물건을 비울 때 가장 어려운 게 추억이 담긴 물건일 것이다. 편지 보관함을 아주 오랜만에 열었다. 몇 개 살펴보다가 고등학교 친구가 준 엽서가 눈에 띄었다. 백석의 시와 함께 나에게 쓴 엽서다. 지금 봐도 글씨도 참 예쁘고, 그 친구가 이렇게 시를 좋아하는 친구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 보관할 수는 없지만 기억해 두고 싶은 건 사진으로 남겨둬야지. 오늘 버리려고 마음먹지 않았으면 평생 이 엽서를 읽어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건을 버리려고 하니 마음이 채워진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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